[현장스케치] "이건희 회장님이 건강해야 나라가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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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1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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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선 우울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건희 전 회장이 정기건강 검진을 받기 위해 입원한 서울 일원동 삼성의료원 본관도 흐린 날씨에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마치 삼성가의 '우울한 하루'를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이날 삼성병원 대합실에서 텔레비젼을 보던 한 환자는 이 전 회장이 입원하고 이재용 전무가 이혼 소송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이건희 전 회장이 일어나야 나라가 살지"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 전 회장을 욕해봤자 도움되는 것 하나도 없어. 빨리 경영 일선에 나서서 경제 좀 살려줬으면 좋겠어"라고 덧붙였다.

12일 저녁, 이 회장의 입원소식과 이재용 전무의 이혼 소송 소식이 알려진 후 사람들 사이에서는 각종 얘기가 무성했다.
 
일부 언론은 "평소 이혼을 반대해 오던 이 전 회장이 아들의 이혼소식에 몸져 누운 것 아니냐"는 추측성 기사를 내기도 했다.

삼성 측은 이에 사실무근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건희 역할론' 위기 맞나?

그렇지만 국내 최대 그룹의 회장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아버지로써 아들의 이혼 소송이 달가울 리는 없다. 이날 미국 순방 중이던 이재용 전무는 AT&T, 최경주와의 골프 라운딩을 취소했다.

게다가 이 전 회장의 나이도 이제 68세이다. 이 회장은 1999년 폐암 치료를 받은데다 최근 검찰조사를 받으며 부쩍 건강이 나빠졌다고 한다. 실적 악화 등 삼성이 최악의 상황을 맞은 가운데 유일한 후계자인 이 전무의 이혼 파문은 건강이 악화된 이 전 회장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다.

이 전 회장은 비록 경영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삼성의 큰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만큼 세간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애플이 스티브 잡스의 건강에 영향을 받듯 삼성이 이건희가의 건강과 개인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오늘 삼성전자 주가는 1.73% 하락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중심으로 이건희가 무대로 올라와 활약해야 국가경제가 산다는 '이건희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이 회장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움은 더 크다.

◆회장님 건강검진은 '철통보안'

이건희 전 회장이 입원했다고 알려진 12일 밤, 몇몇 기자가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병원에 왔지만 빈 손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삼성병원 측은 "입원한 것은 맞지만 우리도 나중에야 알았다"고 뒤늦게 사실을 인정했지만 그 이상의 세부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했다.

이 전 회장의 경우 모든 일상사가 세간의 관심이 되기 때문에 입원부터 퇴원까지 모든 일정이 보안에 붙여지는 것은 당연한 일. 대부분의 의사, 간호사, 접수처 직원, 주차요원은 이 전 회장의 입원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 전 회장이 입원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곳은 20층 VIP 병실. 2002호부터 2009호까지 총 8개의 병실이 있으며 모든 출입은 통제돼 면회를 하려면 간호사 및 병원 관계자와의 연락을 거쳐야 한다.

19층 병실의 간호사, 환자 역시 "20층이 VIP룸인 것은 맞지만 이 전 회장이 입원했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병원 내 주차장에는 이건희 전 회장의 애마로 알려진 벤츠 마이바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병원 직원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이 전 회장이 입원했고, 아직 퇴원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삼성병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입원은 통상적인 정기 검진으로 보통 2박 3일의 일정으로 진행된다"고 밝힌 뒤 "하지만 우리도 언제쯤 어떻게 퇴원하는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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