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생뚱 맞은 소리로 들리지만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실제로 그렇다고 주장한다. 주장의 근거는 최근 몇 개월간 총통화(M2)가 급증세에 있다는 것이다.
마켓워치는 19일(현지시간) 일부 경제전망가와 경제전략가들이 최근 5개월새 급격히 늘고 있는 총통화량을 들어 미국 경제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광의의 통화를 의미하는 M2는 현금은 물론 요구불예금과 정기예금, 정기적금 등 은행의 저축성예금 등을 포함한 개념이다.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중에 자금이 늘었을 것이라는 짐작은 된다. 하지만 은행예금이 늘었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저축 안하기로 유명한 것이 미국인들인 데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 은행들은 여전히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M2는 지난해 9월 이후 급격히 늘었다. 지난달 나온 자료로는 직전 3개월간 M2는 연율로 평균 18% 증가했다. 반면 지난 8월 조사 때 직전 3개월간 평균 M2 증가율은 3%에도 미치지 못했다.
폴 캐스리얼 노던트러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M2 증가는 미국의 통화정책이 유연해지고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지난해 4분기부터 미국 경기는 회복되고 있으며 침체가 장기화해 디플레이션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이렇게 전망하는 근거는 지난 1년간 금융권에 1조 달러 가량의 재정을 쏟아부은 미국 정부가 앞으로도 재정지출 규모를 늘리려 하고 있고 미 재무부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기록적인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정부가 이 국채를 다시 사들이면 시중에는 더 많은 자금이 풀리게 된다. 캐스리얼은 은행 계좌에 이미 돈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저축이 늘면 은행의 대출이 늘어나 경제가 회복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경제성장률과 총통화(M2) 증가율의 상관관계(출처: 마켓워치) 파란색-3개월간 평균 M2 증가율(연율)/빨간색-실질 GDP 성장률(연율) |
펀드운용사인 아이콘 어드바이저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크래그 콜러핸도 M1(금용기관 이외의 민간 부문이 보유한 통화)과 M2의 증가를 경제회복 조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특히 "통화량 증가가 경제회복으로 이어지는 데는 보통 6~9개월이 걸린다"며 "이는 이미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과거의 사례가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미국이 1970년대와 1980년대 겪은 불황기에 시중에 공급되는 자금이 급격히 줄었을 때 미 연방준비은행(FRB)은 자금을 풀어 경기의 방향 전환을 시도했고 이는 경기회복을 불러왔다.
지난 1981~1982년 경기후퇴 때를 예로 들면 1981년 7월 6% 미만에 그쳤던 3개월간 평균 M2 증가율(연율 기준)은 같은해 12월 12%로 뛰었다. 그리고 다음해 말에는 경제가 팽창하기 시작해 이후 7년간 계속됐다.
반대론이 없는 건 아니다. 통화량 증가는 인플레를 유발할 뿐 아니라 최근 금융권으로 흘러드는 돈은 가계 소비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M2의 증가를 경기회복 신호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루 크랜들 라잇슨ICA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M2가 증가하는 것은 금융위기로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폐쇄적인 비은행권에 있던 자금을 보다 안전한 은행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자금은 가계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FRB의 고위층들은 최근 금융권에 대한 막대한 재정 투입이 급격한 인플레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이들 사이에서는 통화량 증가가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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