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사상 5번째 바겐세일 기간?>(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현재 주가가 최근 20년 동안 다섯 번째로 찾아온 '바겐세일' 기간으로 장기투자 관점에서 적립식 투자를 시작할 때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9일 '체감 PER(주가수익비율)'와 실제 PER간 괴리를 들어 최근 주가가 밸류에이션 상으로 20년에 다섯 번째로 돌아온 역사적 저점이라고 설명했다.
PER는 주가를 1주당 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이 비율이 동종업계의 다른 기업보다 높으면 현재 주가가 고평가, 낮으면 현재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한다. 또 한 기업의 현재 PER를 과거 시점의 PER와 비교해 주가의 상대적인 고평가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앞으로 12개월 동안 벌어들일 EPS로 PER를 계산해보니 2월 말 현재 29배로, 외환 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즉 밸류에이션 상으로 고평가돼 있어 팔아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직관과는 어긋난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50만원대 초반으로 지난해 74만원까지 오른 것을 감안하면 '체감 PER'는 오히려 예전보다 낮아졌다고 판단돼 매수하고 싶은 충동이 이는 게 일반 투자자들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동양종금증권 이도한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체감 PER는 보통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실적을 사용해 계산하는 반면 실제 PER에 사용되는 올해와 내년 삼성전자의 실적 추정치는 현재 글로벌 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을 수밖에 없어 실제 PER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EPS를 그때 그때 단기적으로 볼 게 아니라 36개월 이전부터 현재까지의 평균으로, 즉 36개월 이동평균 EPS로 장기간 관점에서 PER를 계산하면 삼성전자의 2월말 PER는 9.8배로, 2002년 이래 역사적 저점인 것으로 나타난다. 즉 일반 투자자의 체감 PER와 비슷하게 나온다.
이를 국내 증시 전체 상황으로 적용해보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를 36개월 평균 EPS로 계산한 PER의 추이를 보면 현재 국내 증시의 평균 PER는 7.48배다.
이는 1991년 7월 6.96배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이래 외환위기 당시인 98년 7월(5.18배), IT 버블 붕괴 때인 2001년 10월(7.03배), 신용카드 대란 시기인 2003년 4월(6.91배)에 이어 다섯 번째로 돌아온 최저 수준이다.
과거 경기침체기에 코스피지수가 400~500포인트까지 떨어진 전례를 고려해 현재 박스권 하단 지지선으로 드러나고 있는 1,000포인트가 깨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1,000포인트 이하로 내려가든 안 내려가든 밸류에이션 상으로 현재 주가 수준은 역사적 저점인 국면은 틀림없다는 게 이 애널리스트의 주장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1991년 이후 36개월 평균 PER가 7.5배를 밑돌았던 적은 모두 네 번 있었는데 그 때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식시장의 저점이었다"며 "PER가 현재보다 더 떨어질 수 있고 또한 환란 당시처럼 1년 이상 PER가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장기투자 관점에서 보자면 적립식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적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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