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서구권 대형 은행들과 달리 중국 은행 '빅4'는 지난해 순익이 크게 늘었을 것으로 전망됐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우존스뉴스와이어가 5명의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중국 최대 은행인 중국공상은행은 지난해 순익이 한 해 전보다 35% 증가했을 것으로 점쳐졌다. 중국건설은행과 중국은행도 각각 45%와 25%의 순익 증가가 예상됐고 중국교통은행도 순익이 41% 늘었을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내다봤다.
하지만 순이자 마진 감소세와 자산 부실화 가능성 등을 들어 전문가들은 올해 '빅4'의 실적이 둔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셔민화 차이나시큐리티즈 애널리스트는 '순이자 마진과 자산 건전성이 올해 중국 은행들의 실적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은행 자산의 질적 악화가 아직 뚜렷하지는 않지만 순이자 마진은 지난해 2분기 최고조에 오른 뒤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은행들의 대출을 적극 장려하고 있지만 이 또한 은행들의 수익 증대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출이자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올 1월 중국 은행들은 1조6000억 위안(2339억 달러)을 신규 대출했고 지난달 대출액도 큰 폭으로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 대출이자는 2.6%포인트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인민은행이 경기를 지탱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올해 순이자 마진은 지금의 절반 수준까지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해 부실자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중국 은행감독당국도 이를 의식해 은행들에게 부실 우려가 있는 자산의 130%를 대손충당금으로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은행별로는 중국공상은행의 경우 예대마진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순이자 마진 축소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골드만삭스와 알리안츠,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7.2%의 지분을 보유한 전략적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각할 경우 주가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지분은 현재 매각이 제한돼 있지만 이 제한은 오는 4월과 10월 순차적으로 풀린다.
중국건설은행도 비슷한 처지에 몰렸다. 자금난에 처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1월 이 은행 지분을 19.1%에서 16.6%로 줄였지만 매각제한이 풀리는 대로 남아있는 지분의 절반을 추가로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은행은 글로벌 모기지시장의 부실이 여전히 실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행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를 담보로 한 채권에 투자한 금액이 아시아 금융기관 중 가장 많다. 때문에 최근 몇개월새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 외국 금융기관들은 중국은행 주식을 잇달아 처분하고 있다.
4대 은행 중 규모가 가장 작은 중국교통은행은 창장델타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게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정부는 창장델타를 중국 경제의 새로운 중심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이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중국 수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어 개발계획 추진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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