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뒷전 부동산 투기 논란...국회 시정 지적도 무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택 가치 30억 하락
경기침체 속에 한국석유공사가 보유 사택 중 87%인 301개를 임대가 아닌 현금으로 직접 구입해 본업인 유전 개발보다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05년 국정감사 때 아파트를 임차하지 않고 정부출자금으로 전부 현금 구매한 것에 대해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을 받고도 이를 시정하기는커녕 5년이 지난 현재 사들인 아파트가 당시보다 71개가 더 늘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무시하는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침체로 사택 가치가 하락하면서 30억원의 손해를 봐 ‘방만 경영’ 논란마저 일고 있다.
16일 석유공사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직원 사택용으로 용인, 울산, 거제, 여수 등 9개 비축지사에 직원사택용 아파트 346개 중 87%인 301개는 매입, 13%인 45개는 임차해 보유하고 있다.
특히 공사는 사택 301개를 정부 출자금을 통해 구매함으로써 직원 복지용 사택을 구입한다는 핑계로 국가 예산을 무분별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공기업들이 직원용 아파트를 전세 혹은 월세 등으로 임차해 사용하는 데 반해 전액 현금으로 구매한 것은 예산 낭비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평택지사의 임차 비율이 30%로 가장 높았고 그 외에 서산지사 13%, 여수지사 4%로 임차부문에 낮은 비율을 보였다. 특히 용인, 곡성, 동해 지사는 사택을 100% 구입했다.
이 같은 공사의 사택과다보유 문제는 지난 2005년 국감에서 지적받았었지만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전혀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당시 석유공사는 직원사택 244개 중 94.3%인 230개는 매입, 5.7%인 14개는 임차하고 있었다. 울산지사 사택 40개를 위해 2004년 50억8800만 원, 2005년 서산지사 39개에 45억6100만 원, 같은 해 평택지사 30개에 44억1500만 원 등 총 140억64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아파트를 대량 구매했다가 이를 시정하라는 지적을 국회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공사는 그 후 사택을 오히려 71개 더 구입했고 임대는 겨우 11개 늘렸다.
여기에 부동산시장 침체로 공사가 사들인 사택들의 시세가 하락하면서 큰 손해를 입었다.
석유공사는 9개 지사 사택을 구매하는데 총 297억1800만 원을 들였지만 현재 시세는 266억7800만 원으로 하락해 앉은 자리에서 30억4000만 원이나 손해를 봤다.
서산지사 사택의 경우, 올 1월 현재 시세로 따졌을 때 26억3200만 원으로 매입 당시 가격보다 57.70%(19억2900만 원) 급락했고, 거제지사는 23억400만 원으로 27.79%(8억8700만 원) 하락했다. 여수, 평택, 곡성 지사 등의 사택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아 가격 하락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노사 측의 요구에 따라 임차보단 매입을 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향후 직원들에게 사택매각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해 공감을 얻은 뒤 매각 비율을 높여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회 지식경제위 소속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5년 전 국감에서 지적된 사택 매입문제를 전혀 개선치 않고 있는 공사의 행동이 의문스럽다”며 “면밀히 검토해 반드시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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