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스트레스 테스트에 희비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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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1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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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내놓은 국내 18개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은행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2일 피치는 국내 은행들이 △건설사 도산 등에 따른 대출자산 손실(Credit loss) △유가증권 투자손실 증가 △환율상승에 따른 자산증가를 이유로 내년말까지 총 42조원 규모의 신규손실(자본감소)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은행 건전성을 체크하는 핵심 기준인 '단순자기자본비율(equity-to-assets ratio)'이 지난해 6월말 6.4%에서 2010년말에는 4.0%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도 발표했다.

은행별 단순자기자본비율(TCE)을 살펴보면 국민은행(4.4%), 하나은행(4.6%), 외환은행(5.1%), SC제일은행(4.5%) 등이 비교적 자산건전성이 높았고 신한은행(3.9%), 우리은행(2.9%), 기업은행(3.5%)이 다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이 같은 피치의 결과 발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더불어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의 평가는 은행들의 주가는 물론 자금 수급 및 스프레드(가산금리)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 간 TCE 편차가 커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 은행들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반면 낮게 평가된 은행들은 피치의 결과에 승복치 않거나 침묵을 지키고 있다.

우선 신한은행의 거친 추격에 시달리던 국내 리딩뱅크 국민은행은 TCE 4%에도 못 미친 신한과 0.5%의 격차가 생기자 다소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피치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는 다소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이기 때문에 100% 신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지난해 연말까지 진행했던 다양한 자본확충노력의 결과과 나타난 것으로 해외 유수 은행들 보다도 재무건전성이 높게 나와 이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반면 신한은행 관계자는 "피치가 유독 한국은행들만 싸잡아 저평가 하는 것에 불만이 많다"며 "피치의 평가를 신뢰할 수 없다"고 우회적으로 불복의사를 밝혔다.

국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에서 두번째,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TCE 평가를 받은 하나은행은 이 결과에 만족하고 홍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본확충에 매진해 온 결과"라며 "BIS 비율도 상당히 개선됐고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도 적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장 높은 성적표를 받은 외환은행은 큰 의미가 없는 결과라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1~2%대 TCE를 받은 우리은행을 비롯한 일부 국책, 지방은행들은 입을 닫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의 논거가 되기 때문이다.

대다수 은행 관계자들은 "스트레스 테스트는 모든 상황을 최악으로 가정한 가장 보수적인 예측이기 때문에 은행들의 자본적정성을 판단하는데 무리가 따른다"고 입을 모았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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