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시중 단기자금 규모를 정부 예산보다 세 배 가까이 많은 800조원대로 추산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 수시입출금식예금(MMDA)과 저축예금, 머니마켓펀드(MMF)와 단기채권형펀드, 요구불 예금, 은행 시장성 수신(CDㆍRP),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고객예탁금을 포함한 1년 미만인 단기자금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모두 784조7000억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같은 기간 금융권 총수신인 1525조400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51.4%에 달하는 규모다. 단기자금 규모는 2006년 말 611조원, 2007년 말 665조8000억원, 작년 말 749조2000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금감원은 단기수신이 올 1월과 2월에 각각 5조7000억원과 29조8000억원 늘어난 추세를 감안할 때 이달 말 8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단기자금 800조원은 올 정부 연간예산인 284조5000억원보다 3배 가까이 많은 2.8배에 해당한다.
이번에 금감원이 집계한 단기자금은 한국은행을 포함한 은행권에서 제외하는 우체국과 산업은행 수신액, 회전식 6개월 미만 정기예금까지 들어갔다.
실제 단기자금 가운데 MMF는 이달 들어 19일까지 4조원(125조원→129조원), CMA는 2조원(35조원→37조원)이 증가했다.
시중 단기자금이 작년 말 749조원에서 3개월새 50조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이 돈이 어디로 흘러갈 것이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는 이런 자금이 당분간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금융시장이 좀 더 안정되면 증시로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법인과 개인자금이 7대3정도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MMF는 증가 추이를 볼 때 기업이나 가계 모두 투자처를 찾지 못해 자금을 묻어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법인은 대기성 자금을 운용자금으로 쓰게 될 것이고 개인이나 기관투자자도 주식이나 펀드상품으로 관심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 파트장은 "하지만 아직 금융불안이 가시지 않아 위험자산보다는 안전자산인 채권이나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으로 자금이 흘러가고 있다"며 "보다 확실한 경기회복 신호가 나와야 단기자금이 증시에 투자되고 나아가 실물부문으로도 흘러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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