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인턴 채용 후 사후 관리에 실패하면서 채용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은행을 떠나는 인턴들이 늘고 있다.
인턴들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와 업계는 시큰둥한 모습이다.
22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기관들이 채용한 인턴 사원들의 이탈률이 높아지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인턴 사원 600명 가운데 30% 이상이 그만뒀다.
6개월제 인턴을 채용한 하나은행도 지난 4일 영업점 배치 후 2주 만에 8명 가량이 은행을 떠났다.
오치화 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정책부장은 "금융기관들이 정부 압박에 못 이겨 인턴을 대거 채용했지만 영업점에서는 차 심부름이나 복사 등 허드렛일 밖에 시킬 게 없다"며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는 인턴들이 은행을 그만두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당 금융기관 홈페이지나 인터넷 취업 관련 사이트에는 단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금융기관 인턴 사원들의 자조 섞인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하나은행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K씨는 "차 심부름 정도는 예상했지만 밥을 짓고 설거지까지 할 줄은 몰랐다"며 "금융 업무를 익히고 경험을 쌓기 위해 인턴에 지원했는데 이력서에 인턴 경력 한 줄을 넣기 위한 기회비용이 너무 큰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인턴들의 이탈률이 높아지면서 금융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뽑아놓은 인턴들을 방치했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인턴들에게 다른 곳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주 3일만 근무시키고 있다"며 "타사에 취직해 그만둔 인턴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채용한 인턴들을 오는 30일부터 일선에 배치할 계획"이라며 "올해 총 1200명의 인턴을 뽑을 계획이지만 먼저 인턴 운용에 들어간 은행들이 비판을 받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금융권의 인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지만 정부와 관련 협회 모두 수수방관하고 있다.
권지성 금융위원회 은행과 사무관은 "지난달 28일부터 각 금융업종의 인턴 현황을 조사하고 있지만 개선 방안은 구상하고 있지 않다"며 "금융위가 특정 금융기관의 인턴 운용에 대해 지시하거나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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