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자금사정이 나빠진 10대그룹이 차입금을 1년새 두 배로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23일 재벌닷컴은 자산총액 기준 상위 10위그룹에 속한 비금융 상장기업을 분석한 결과 작년 말 현재 순차입금 총액은 36조440억원으로 전년동기 17조6287억원보다 무려 104.5%(18조4153억원) 급증했다고 밝혔다.
순차입금은 장ㆍ단기 차입금과 사채, 유동성 장기부채를 포함한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금액으로 기업이 순수하게 진 빚이라고 할 수 있다.
그룹별로는 SK가 이 기간 6조원 넘는 빚이 늘어 순차입금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SK는 2007년 말 11조1996억원이었던 순차입금이 작년 말 17조3436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어 한진(6조7555억원)과 금호아시아나그룹(6조7506억원)이 뒤를 이었다.
현대차그룹은 2007년 말 3조2746억원에서 작년 말 5조8792억원으로 79.5% 늘었다.
순차입금 증가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GS그룹(비상장사 GS칼텍스 포함)으로 2007년 말 3434억원이던 순차입금이 작년 말 3조1658억원으로 무려 821.9% 증가했다.
반면 삼성과 현대중공업그룹은 현금성 자산이 총차입금보다 각각 8조638억원, 3조8604억원씩 더 많았다. LG그룹도 1년새 순차입금을 1조6000억원 이상 줄였다.
순차입금은 대부분 이자를 지급하는 부채이기 때문에 순차입금이 증가하면 금융비용도 늘게 돼 경영을 압박할 수 있다.
1년새 순차입금이 6조원 넘게 늘어난 SK그룹은 이자비용도 급증해 2007년 7636억원이던 이자비용이 작년에는 1조2193억원으로 59.7% 증가했다.
순차입금 증가율이 가장 높은 GS그룹도 이자비용이 증가해 2007년 1841억원에서 지난해 3988억원으로 배 이상 늘었다.
증권가는 10대그룹 재무구조 악화에 대해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가장 큰 이유이지만 수년 동안 무리한 설비투자와 인수합병(M&A)에 나선 것도 한몫했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으로 보고 있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단기적으로 구조조정은 실업자 수를 늘려 고통을 불러오지만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제품 수요가 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장기적인 생존을 모색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구조조정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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