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배드뱅크 앞에 고개숙인 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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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2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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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쟁력 악화로 새 역할모델 찾아야

금융위원회와 시중은행들이 민간 배드뱅크(Bad Bank) 설립을 추진함에 따라 배드뱅크로서 독점적 지위를 이어온 자산관리공사(캠코)의 입지가 좁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배드뱅크 업무가 독점체제를 벗어나 경쟁구도 양상을 띄면 캠코는 경쟁력을 잃을 것이며 공적 금융기관으로서 새 역할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자본출자를 통해 부실채권 해결을 위한 배드뱅크를 만들 계획이다. 그동안 캠코가 부실자산을 비현실적인 가격으로 매입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 부실자산이 터무니없는 가격에 매각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로써 캠코는 금융업의 한 업권인 배드뱅크 업무의 독점적 지위를 잃게 돼 앞으로는 은행들이 부실자산을 시장에 내놓을 경우 민간배드뱅크와 공개 입찰을 통해 가격 경쟁을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캠코가 그동안 공적 배드뱅크로서 활약해 왔고 조직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에서 민간배드뱅크에 밀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캠코와 민간배드뱅크 간의 경쟁이 발생할 경우 가격결정이 비교적 자유롭고 친시장적인 민간배드뱅크가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며 "정부가 민간배드뱅크에 가격결정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한 것도 가격차별화가 심화되면 캠코가 유명무실화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가격 뿐 만 아니라 업무 수행능력도 민간배드뱅크가 캠코에 뒤지지 않을 전망이라 캠코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민간배드뱅크에 캠코가 일종 부분 출자하도록 해 업무 능력 상승을 꾀하고 있는 데다 민간 전문가들도 민간 배드뱅크에 참가할 계획이다.

은행연합회는 민간 배드뱅크의 조직 구성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거론할 단계는 아니지만 10년전 외환위기 때 외국계 배드뱅크에서 일하던 실무 인력과 시장의 전문가들을 영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민간 배드뱅크의 설립을 반기며 그 동안 무용론까지 제기됐던 캠코의 역할이 애매모호해 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캠코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배드뱅크로서의 역할을 축소하고 새로운 역할 모델을 찾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석태 씨티은행 연구원은 "민간 배드뱅크가 설립되면 부실자산이 적정가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배드뱅크 업무는 민간이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선진화됐기 때문에 더이상 정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다"며 "캠코는 최근의 금융위기에서야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위기가 끝나면 가장 먼저 민영화해야할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최호상 외환은행 연구원도 "부실자산 업무는 민간 배드뱅크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며 캠코도 출자를 통해 민간 배드뱅크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그쪽(민간 배드뱅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용식 우리금융지주 연구원은 "캠코는 부실정도가 심해 처리되지 않는 무수익 여신(NPL, 부실채권)의 최종 수요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NPL시장을 구성해 은행들의 비용을 줄이거나 해외로 직접 나가 IR을 개최해 높은 가격에 부실자산 매각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즈(FT)도 24일 "캠코에 부실채권 처리를 전담시키는 것보다 민간 배드뱅크를 이용하는 것이 은행들에는 장기적으로 더 유리할 것"이라며 "한국의 민간 배드뱅크가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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