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될 경우 자동차, 섬유·의류, 전자제품이 최대수혜 품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코트라는 26일 FTA타결을 전제로 EU 20개국 주요 현지기업과 수입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자동차와 전기전자 부품은 유럽 대형기업의 아웃소싱 확대전략과 맞물려 수출확대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관세 철폐...한국車 가격경쟁력 높아져
유럽 현지 자동차 수입딜러들은 한국산 자동차에 붙는 현행 10%의 관세가 없어지면 대당 평균 1000 유로 이상의 가격 인하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양측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수입관세 환급까지 인정될 경우 대당 300유로의 추가 비용절감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그린닙사 수입담당 마이클 블린판테는 "다소 약한 브랜드 인지도와 디자인을 끌어올리면 유럽시장에서 한국차가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저가의 중국산과 터키산에 밀려 고전했던 위성방송 수신기(셋톱박스)도 원화약세와 관세철폐로 가격경쟁력이 회복돼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 주요기업, 韓 부품 아웃소싱에 관심 높아
FTA는 매년 10%가량 늘어나고 있는 EU지역 대기업들의 부품 등 아웃소싱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 주요 완성차 메이커들은 불황극복을 위해 현재 60%에 달하는 부품의 외부조달 비율을 70%까지 높일 계획이다.
프랑스 르노의 오딜 데포르주 구매이사는 "한국산 부품 가격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관세철폐가 물류비용(5~10%)을 상쇄할 경우 더욱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구매기준이 까다로운 독일 다임러도 한국산 부품의 품질대비 가격경쟁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특히 전장(電裝)부품 구매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자분야에서는 핀란도 노키아와 독일 지멘스 등이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산 부품 아웃소싱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스페인 최대 통신서비스업체 텔레포니카는 아웃소싱 대상지역을 기존 중남미 국가에서 크게 확대하는 '글로벌 얼라이언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을 우선 조달대상국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지 진출기업도 방향 수정 움직임
타이어와 LCD TV 등의 품목은 높은 수입관세를 피해 유럽현지에서 생산하고 있으나, 관세철폐 효과와 물류비용을 분석해보면 한국에서의 직수출이 더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
코트라의 조사에 따르면 LG전자는 지금까지 관세를 물지 않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수입해 폴란드에서 완제품 TV를 생산해왔지만 현지 생산비용과 직수출비용을 비교해 비중을 조정할 방침이다.
헝가리에서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타이어도 직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체코 생산법인은 현지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들로부터 부품 납품단가가 내리면서 연간 60억원 가량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체코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한화 L&C는 유럽 완성차 메이커를 대상으로 주문자 상표부착방식(OEM) 납품을 추진할 계획이며, 프랑스 접경 벨기에 몽스에 위치한 두산인프라코어는 원산지기준 합의내용에 따라 현지 생산량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관세철폐 등으로 다양한 효과가 기대되나, 이를 기회로 삼으려면 납기 단축이나 물류 개선, 브랜드 홍보 등을 통한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U는 역내 교역비중이 높고 회원국간 산업분업화나 수직계열화가 이루어진 시장이어서 저렴한 가격만으로 뚫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코트라는 "우선 원산지 증명을 철저히 준비하고, 동종·유사 품목은 현지 물류망을 공동으로 운영하면서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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