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해제 방침이 4월 이후로 연기됐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서라고 한다.
관련 방침이 발표된 지 벌써 3개월째다. 당정이 ‘빠른 시일에 풀자’며 합의를 이룬지도 2달이 넘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금도 늦었다. 정부가 빨리 풀어 달라”는 반면 정부는 “집값 폭등으로 좀 더 기다리자”는 상황이다.
물론 규제완화 시기는 정부에서 정하기로 했기에 틀렸다곤 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당정 대응은 엇박자라기 보단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당장 부동산업자 등 현장에서는 “하루빨리 해제해 시장 불확실성을 제거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정작 규제를 풀어야 할 강남3구 집값은 현재 주변에 비해 크게 뛰는 등 주택시장이 혼선을 빚고 있다. 방침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지난 3달 동안 그렇게 루머가 파다했는데 무리도 아닌 셈이다.
그간 ‘여론을 수렴한다’, ‘내부 이견이 있다’ 등 이런저런 이유 갖다 붙이면서 미루다 보니 정책의 본질마저 흐려진 것이다.
어차피 지금 와서 정책의 어느 부분이 잘못됐는지 논의하는 것은 늦었다. 차일피일 시간만 끌다보면 본전도 건지지 못할 징후들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필요에 의해 당정이 합의를 봤다면 신속히 시행할 것은 시행하고, 이후 드러나는 문제점은 그때 논의해서 개선하면 될 일”이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정부는 “국회에 산적한 현안부터 처리한 뒤 고려하자”고 생뚱맞은 얘기를 하고 있으며 한나라당은 “칼자루를 쥔 정부가 소극적이다”고 눈 딱 감아버린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맞아 ‘속도전’을 내걸었던 슬로건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최근 한나라당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국가대표팀을 패러디한 포스터를 전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인식 감독(한화)의 얼굴은 이명박 대통령, 봉중근(LG)은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추신수(클리블랜드)는 한승수 국무총리의 얼굴을 갖다 붙인 식이다.
당정청이 하나 돼서 경제를 극복하자는 취지겠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도 물론 당정이 되새겨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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