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위기 맞은 라응찬 회장

박연차에 50억 전달 사실로 확인 로비자금 의혹 속 검찰 물밑 조사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건넨 50억원이 로비 자금이라는 의혹이 증폭되면서 라 회장과 신한지주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검찰은 당장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미 자금의 용처에 대한 물밑 확인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골프장 지분 인수용 VS 로비자금 = 검찰은 라 회장이 박 회장에게 전달한 50억원이 골프장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이라고 31일 밝혔다. 라 회장이 2007년 4월 경남 김해의 가야 C.C 지분 5%를 인수해달라며 박 회장에게 현금을 건넸다는 것이다.

가야 C.C는 지난 1994년 재일동포 40명이 공동 설립했으며, 과도한 부채 등으로 경영난을 겪게 되자 신한지주가 자회사인 신한캐피탈을 통해 1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한 후 가야 C.C 지분 75%를 인수했다.

이 때 박 회장이 가야 C.C 지분 인수에 참여하며 라 회장에게 투자를 권유했고, 박 회장의 수완을 믿은 라 회장이 50억원을 투자하게 됐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신한지주 측도 "라 회장이 박 회장에게 전달한 자금은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분 매입에 사용했어야 할 돈이 박 회장 계좌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라 회장이 LG카드 인수를 위한 로비자금 명목으로 돈을 전달했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LG카드 인수전이 치열하게 전개됐던 때는 2006년이지만 라 회장이 박 회장에게 자금을 건넨 것은 2007년이기 때문이다.

박 회장이 2006년 5월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인수할 당시 신한은행과 신한캐피탈이 박 회장 측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돈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도 검찰이 범죄 협의를 입증하지 못한데다, 라 회장이 박 회장을 도우면서 자금을 전달했다는 사실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 신한지주 소유 자금 VS 개인 돈 = 자금의 용처와 함께 사건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히는 것은 50억원이 신한지주 법인 자금인지 라 회장의 개인 자금인지 여부다.

만약 신한지주가 라 회장의 이름을 빌려 박 회장에게 건넨 것이라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신한지주가 박 회장을 통해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라 회장 개인 자금이라도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50억원이나 되는 돈을 아무 이유 없이 박 회장에게 전달했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라 회장 본인의 돈인지 여부는 수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자금 추적 결과 10년 전에 들어온 돈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재호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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