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당겨진 영업시간, 은행 창구는 '썰렁'

1일 오전 9시. 평소보다 30분 빠른 시간에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영업점의 문이 열렸고 "안녕하십니까, 우라나라 우리은행입니다"이라는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날부터 대부분의 은행 영업시간이 종전보다 30분 앞당겨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로 변경됐다.

인근에 남대문 시장과 상점, 사무실들이 밀집한 우리은행 본점 영업점에는 9시 5분이 돼서야 첫 손님이 나타났다.

번호표 1번을 뽑은 김 모씨는 "남대문 시장서 상점을 운영하는데 가게를 열기 전 아침 일찍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이날 명동지점을 방문해 오전 9시 2분 쯤 들어온 첫 고객을 직접 맞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영업시간 변경 사실을 모르는 고객이 많은 듯 은행 영업점 객장은 한산했다.

우리은행 본점 영업점 객장 매니저인 정 모씨는 "평소에는 영업 개시 후 30분 안에 번호표 20번대가 넘어갔는데 오늘은 홍보가 부족한 탓인지 6번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은행의 폐점 시간이 30분 앞당겨진 것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는 고객도 있었다.

이날 9시 5분 쯤 국민은행 무교동 지점에 방문한 한 시민은 "업무상 아침과 오후에 한 번씩 은행을 방문하는데 은행의 폐점 시간이 30분 빨라져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은행원들의 출근 시간이 빨라지면서 은행 인근 지하철역도 크게 붐볐다.

이날 오전 7시 40분 서울 지하철 2·4호선 환승역인 동대문운동장역에는 평소보다 많은 환승객들이 몰렸다. 은행이 밀집해 있는 명동, 을지로 방면으로 환승하려는 은행원들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 평소에 한가했던 회현역 1번 출구도 출근하는 우리은행 본점 직원들이 몰려 크게 붐볐다.

국민은행 한 영업점 직원은 "영업시간이 앞당겨져서 이제부터 아침에 보다 빨리 일어나야 한다"며 "반면 퇴근 시간은 예전과 다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과 HSBC는 종전대로 9시30분에 문을 열었다. 고객들이 오전보다는 오후에 주로 몰린다는 것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SC제일은행과 HSBC가 다른 은행에 비해 문을 30분 늦게 열어 고객 서비스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고객들이 주로 몰리는 시간은 오전보다는 오후이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30분 늦게 닫는 것이 보다 편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경 이미호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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