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 역사의 인도 화학기업 고드레지컨슈머프로덕츠 임원들에게 지금의 경기침체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소비자와의 접촉 기회를 늘리는 것은 물론 신상품 개발과 경영 워크숍 참가 등 할 수 있는 일이 어느 때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모두가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이 회사는 내년 3월 끝나는 2009회계연도의 인적자원 개발 비용을 8% 늘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경기침체기는 기업이 인적자원 개발에 투자할 적기라며 국제 컨설팅업체 휴잇어소시엇츠가 '2009년 아시아 최고 직장'으로 선정한 25개 기업의 사례를 소개했다.
최고의 직장으로 선정된 기업의 상당수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임직원간 유대를 강화하고 직원 교육 및 인재 영입 등 인적자원 개발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이들은 임직원 수와 보너스를 꾸준히 늘리고 있는 것은 물론 직원 교육 예산도 호황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조사를 수행한 조 라인하트 휴잇 컨설턴트는 "아시아 최고 기업들은 (경기침체에) 무조건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며 "많은 기업들이 출장 비용을 줄이고 인력을 동결하고 있지만 이들은 계획적인 비용절감을 하되 인력이나 교육ㆍ개발 비용은 줄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시아 최고 직장으로 꼽힌 25개 기업들의 직원 1인당 연평균 교육 시간은 194시간으로 나머지 조사 대상 887개 기업 평균 132시간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최고의 기업들은 전체 교육 예산의 50%를 임원 양성에 투입하고 있는 반면 나머지 기업들이 임원 교육에 들이는 비용은 전체 예산의 38%에 불과했다.
앞서 예를 든 고드레지도 현장 인력을 임원으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고드레지는 현장 인력을 평가해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 직원을 인도경영대학원(IIM)에 위탁 교육한다. 이 곳에서는 20개월 동안 MBA(경영학석사) 과정에서 다루는 경영학 전반을 배울 수 있다.
비스티 바나지 고드레지 법인사무 담당 사장은 "인력이 절정에 달했을 때도 인력 부족을 느끼며 인적 자산 개발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며 "공장에서 10년 이상 근무하거나 판매부서에서 10~15년간 일해온 베테랑들이야 말로 관리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휴잇은 특히 호텔 부문 아시아 최고 직장 5곳을 별도로 선정하고 일반 기업들은 이들 호텔의 인적 자원 개발 노하우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호텔의 경우 직원 개인이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 많은 만큼 직원들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테드 마루사즈 휴잇 컨설턴트는 "호텔업계는 다른 업계보다 임직원과 고객, 사업 성과 사이의 유기적 관계가 강하다"며 "미래를 내다보는 기업들은 호텔업계의 이같은 특성을 이상적인 경영 모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아시아 최고 직장으로 선정된 인도 IT 아웃소싱업체 HCL테크놀로지스가 좋은 예다. 이 회사는 지난 2006년 '직원이 최우선, 고객은 그 다음(Employee First, Customer Second)'이라는 모토를 경영 전반에 적용했다.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이들이 고객을 상대하는 데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지원하되 성과로 평가하겠다는 전략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특히 주효했던 것은 인트라넷. HCL은 직원들이 인트라넷에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을 올리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줄 적임자를 골라 해당 직원에게 연결시켜 주는 방식으로 인트라넷을 활용했다. 그 결과 회사는 직원들의 문제점을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고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져 생산성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딜립 쿠마르 스리바스타바 HCL 인적자원 부문 글로벌 대표는 "관리자의 역할이 점점 더 지원자의 역할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