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뉴딜'이라는 단어가 무색하다. 올 초 정부가 IT산업을 육성하겠다며 각종 지원 계획안을 쏟아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생색내기에 그친 정책들과 각종 규제뿐이다.
정부는 올해 사상최대 규모인 28조9000억원에 달하는 슈퍼 추경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작 IT분야에 대한 예산은 전체에서 1%가 조금 넘는 3300여억원이 배정됐다. 당초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등 관련부처가 1조2000억원대 예산을 요청한 것의 3분의1정도 수준 밖에 안된다.
미국과 일본이 IT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 삼아 약 43조원이라는 거액의 예산을 책정한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정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비빌 언덕이 더 이상 없다라는 분위기다. 딱히 뚜렷한 대응책도 없는 듯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IT뉴딜이라고 해서 처음으로 학계, 부처, 업계가 공조체제를 이뤘지만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정부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업계에서도 정부의 규제는 더욱 심화됐다. 이달 초 국회는 저작권법 개정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저작권이 중시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게시물 삭제, 게시판 폐쇄 조치 등의 권한이 정부에게 이관됨에 따라 정부의 입김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
이에 따른 부정적 효과도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 건전한 인터넷 이용자조차 사이버 상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됨에 따라 인터넷 강국이라는 명성은 점점 희미해질 것이다.
10년, 20년 후에는 어쩌면 대한민국을 항상 수식해오던 IT강국이라는 단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IT강국의 면모와 위상이 더이상 빛이 바래지 않도록 정부는 뒷전으로 밀어두었던 IT산업을 되돌아 봐야한다.
김영리 기자 miracl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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