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대신 변화…세계, '기코망'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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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4-1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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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간장 회사 기코망의 역사는 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느 일본 전통 기업들처럼 창업 가문의 후손들이 지금껏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런 만큼 '변화'보다는 '고집'이 기업 문화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기코망은 제품 혁신을 통한 세계화에 집중했고 그 결과 전세계 레스토랑은 물론 가정집 주방에서도 기코망 간장병을 보는 일은 흔한 일이 됐다. 기코망은 현재 전체 영업이익의 55%를 해외에서 거둬 들이고 있다.

◇성공 '스페셜 소스'는 세계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1일자 최신호에서 기코망이 이처럼 세계적인 식품업체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로 세계화라는 '스페셜 소스'를 만들어 낸 모기 유자부로 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수완을 꼽았다.

기코망 간장이 미국에 첫 선을 보인 건 지난 1959년 시카고에서 열린 국제무역박람회에서다. 이 자리에는 당시 콜롬비아대 비즈니스스쿨에 다니던 25살 청년 모기 회장도 함께 있었다. 그는 이즈음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성공을 위해서는 기코망 간장을 현지 식문화에 접목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뉴욕에 일본 식당이라고는 8곳밖에 없던 시절었다.

그래서 그는 현지 주방장들을 고용해 기코망 간장을 활용한 미국 음식 조리법을 고안하고 이를 현지 신문에 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코망 간장은 '다목적 양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바비큐를 즐겨 먹는 미국인들을 목표로 1961년 선보인 데리야끼 소스는 대성공을 거뒀다. 모기 회장은 "새로운 것에 개방적인 미국은 새로운 식재료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기에는 완벽한 곳"라고 말했다.

기코망은 여전히 현지화 전략을 통해 세계 시장 공략에 힘쏟고 있다. 유전자조작농산물(GMO)에 대한 거부감이 큰 유럽과 호주에서는 GMO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지금은 남미와 유럽인들의 입맛에 맛는 신제품 개발이 한창이다. 간장 문화권인 중국에서는 현지 업체들의 저가 제품 공세로 고전이 예상되는 만큼 모기 회장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를 걸어 볼 셈이다. 그는 "일본인보다는 일반 소비자에게 기코망의 제품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쓸데 없는 고집은 버려라
기코망은 일본의 대표적인 가족 경영 기업이지만 다른 일본 기업들과 차별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

우선 기코망은 1973년 일본 식품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에 생산설비를 갖췄다. 모기 회장이 미국 법인을 이끌고 있을 때다.

또 대부분의 일본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꺼려 왔던 것과 달리 기코망은 활발하게 미국과 일본 기업들을 인수했다. 지난 1월에는 보다 활발한 기업 인수를 위해 지주회사 체계로 전환했다.

모기 회장은 가족 중심의 기업지배구조도 개혁해 지난 2004년 이후부터는 외부에서 사장을 영입하고 있다. 기코망은 특히 해외법인 사장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간장 이외의 제품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것도 모기 회장의 성공 비결로 꼽힌다. 그가 기코망을 이끌기 시작한 1995년 이후 매출은 매년 40억 달러 이상 늘었다. 그러나 간장 매출은 전체의 20%에 불과하고 해외시장에서 나오는 영업이익이 55%에 달한다. 이 가운데 4분의 3이 북미시장분으로 기코망은 일본 기업들 가운데 미국시장 의존도가 가장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미국발 금융위기는 매출에 영향을 줬지만 기코망은 다른 기업들보다는 충격이 적은 편이다. 모기 회장은 경기후퇴에는 레스토랑 수요가 가정 수요로 이동하게 된다며 한 시장에서 손실을 보면 다른 시장에서 이를 보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도 큰 문제가 안된다. 지난 18개월간 엔/달러 환율은 90~125엔 사이를 급등락하다 최근 100엔대를 오가고 있다. 하지만 기코망은 콩과 밀 등 원료를 미국과 캐나다에서 들여오는 대신 제품을 이들 시장에 다시 내다 팔기 때문에 환율로 인한 부담이 덜하다고 모기 회장은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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