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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최신호에서 지난 1월 야후의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된 캐롤 바츠 전 오토데스크 CEO의 수완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며 바츠 CEO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 2006년 디자인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오토데스크 CEO에서 물러난 바츠는 예리하고 과감하며 솔직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언뜻 생각하면 괴짜들이 좌충우돌을 통해 가치를 창출해 온 실리콘밸리 문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다. 일례로 그녀는 1980년대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 근무할 때 한 직원이 캐주얼 차림으로 출근하자 정장으로 갈아입으라며 호통을 쳐 집으로 돌려보낸 적도 있다.
지난해 12월 야후의 공동 창업자인 제리 양이 CEO직을 제안했을 때도 바츠는 야후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60세의 나이로 다시 사업 일선에 나설 생각도 없었고 미디어기업으로서 야후가 가야할 길은 자신의 전문 분야도 아니었다.
하지만 바츠는 야후의 조직도를 건네받고 곧바로 야후의 CEO직을 수락했다. 제리 양이 직접 그려준 야후의 엉성한 조직도는 제대로 된 관리자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바츠의 경영 수완은 이미 입증됐다. 그녀는 오토데스크에 몸담았던 14년 동안 매년 매출을 13%씩 늘렸고 같은 기간 주가는 무려 8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이같은 쾌거는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었다.
바츠가 오토데스크를 이끌기 시작한 지난 1992년 이 회사는 매출 성장 둔화와 수익 하락 등으로 고전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바츠의 경영 스타일에 반기를 들었고 설상가상으로 부임 이튿날 바츠는 유방암 선고를 받고 유방 절제 수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바츠는 6주간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4주만에 회사로 복귀했다. 그녀는 뉴욕타임즈(NYT)와의 인터뷰에서 "여자가 CEO를 맡아 회사가 엉망이 됐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바츠는 과감한 결단으로 기업 인수와 신상품 개발에 잇달아 성공하며 오토데스크에 변화를 몰고 왔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품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고객들과 접촉 면을 넓혀 온 결과 오토데스크의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은 이제 디자이너와 제작자들의 필수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앤 리버모어 휴렛팩커드(HP) 수석 부사장은 "테크놀로지 분야 리더들은 보통 돈을 벌어들이는 데 능숙하거나 매우 훌륭한 기술을 지닌 반면 두 가지 요소를 사업력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캐롤은 이 두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룬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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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야후가 결국 회사 전체나 일부 핵심 부문을 매각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야후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450억 달러 인수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 하지만 바츠는 회사 매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녀는 최근 회사 전체는 물론 온라인 검색 부문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바츠는 온라인 검색 부문 선두로 올라선 구글을 따라 잡는 것은 가능성이 없다고 믿고 있다. 그녀는 대신 내부 개혁을 통해 온라인 광고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최고 인기 사이트로서 야후의 위상만은 건재하기 때문이다. 포춘도 야후가 여전히 네티즌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온라인 사이트라는 점을 들어 바츠가 세운 비전의 가능성을 평가했다.
바츠 CEO는 온라인 광고시장으로 사업을 집중하기 위해 최근 인터넷 여행 검색 사업을 접는 등 사업 영역을 축소했다. 또 비용 절감을 위해 조만간 대규모 감원 계획도 밝힐 예정이다.
포춘은 "야후가 전세계 5억6200만명의 방문객을 광고주와 연결시켜 주는 미디어그룹인지, 웹을 기반으로 한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IT기업인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바츠 CEO는 야후가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이 쓰이는 온라인 검색 사이트라는 점을 사업 성장의 기회로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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