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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치오네 피아트 CEO, 크라이슬러 구원투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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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4-2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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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 CEO
이탈리아 자동차 메이커 피아트와 크라이슬러가 벌이고 있는 제휴 협상에 세계 자동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자동차 '빅3' 가운데 막내로 주목받아온 크라이슬러는 현재 파산 위기에 몰려 있다. 미국 정부는 추가 자금 지원을 통해 파산을 피하려면 이달 말까지 피아트와의 협상을 마무리지으라고 크라이슬러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유리한 고지에 서있는 피아트는 이번 협상을 통해 거의 한 푼도 들이지 않고 크라이슬러를 인수할 수 있게 됐다. 크라이슬러는 되살아나고 피아트는 대어를 낚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런 만큼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 최고경영자(CEO)가 크라이슬러의 구원투수로 나설지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5일자 최신호에서 대담함과 솔직함을 바탕으로 한 마르치오네의 탁월한 협상력이 크라이슬러와의 협상에서도 빛을 발할 것이라며 그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마르치오네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성장했지만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았다. 또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췄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느긋하게 합의점을 찾기보다는 불도저처럼 자신의 결정을 밀어 부치는 대담한 성격이다. 세련된 정장을 입거나 우아한 말솜씨를 뽐내지 않고 헐렁한 스웨터에 비속어가 뒤섞인 말투는 그의 솔직한 성격을 드러낸다.

한때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던 피아트는 마르치오네가 지난 2004년 CEO로 등극한 뒤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는 "오랫동안 굳어진 상명하복식 의사결정 체계가 지배해 온 조직 구조를 변화시키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마르치오네는 과감했다. 고위 임원을 대거 해고했고 책임감과 개방성, 민첩성 등을 두루 겸비한 젊은 세대를 영입해 피아트의 기업 문화를 개혁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스피드를 강조하며 불필요한 부문과 절차를 통합했다. 그 결과 피아트에서는 사내 정치나 불합리한 위계질서가 자취를 감췄다. 2006년 19개에 달했던 표준 공정도 오는 2012년까지 6개로 줄게 된다. 아울러 마르치오네는 '디자인 동결'을 통해 26개월 걸렸던 신차 생산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했다.

그는 지난 2005년 풋옵션을 행사해 크라이슬러와 마찬가지로 현재 생사기로에 놓인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20억 달러의 자금을 끌어 내는 수완도 발휘했다. 이 자금은 당시 적자로 고전하던 피아트에게 단비가 됐다. 이코노미스트는 피아트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하게 되면 마르치오네가 피아트를 회생시켰던 비결이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라이슬러는 지난 1998년 유럽 자동차 메이커 다임러에 인수된 뒤 줄곧 경영난에 허덕여왔다. 다임러의 격식을 갖춘 기업문화가 크라이슬러의 자유분방한 문화와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제휴 협상 초기 조건은 피아트가 크라이슬러 지분 35%를 넘겨받고 크라이슬러에 소형차 및 고효율 엔진 기술을 전수해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피아트가 넘겨받을 수 있는 지분이 20%로 줄어든 상태다. 피아트가 최대 49%의 지분을 확보하려면 크라이슬러가 미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공적자금을 모두 상환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마르치오네는 크라이슬러의 CEO가 되고 피아트와 미 재무부가 크라이슬러 이사회를 꾸리게 된다.

마르치오네는 이번 거래가 크라이슬러를 파산으로부터 구해낼 것이라고 확신하면서도 협상 타결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걸림돌 중 하나였던 캐나다자동차노조(CAW)와 전미자동차노조(UAW)와는 최근 합의를 봤지만 68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보유한 JP모간체이스와 씨티그룹 등 채권단이 출자전환에 동의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게다가 미 정부 내에서는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제휴가 성사되더라도 크라이슬러가 이미 너무 망가져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마르치오네가 피아트를 구제했다는 자신감만으로 두번째 기적을 일궈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다만 마르치오네가 굳이 모험을 하려는 것은 그가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합병밖에 없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피아트의 현재 규모는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몸집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 마르치오네의 생각이다. 그는 특히 몸집을 불리는 데는 사냥감이 되는 것보다 직접 사냥을 하는 것이 더 흥미진진하고 만족감이 크다고 강조했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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