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금융감독원장과 재계 대표들이 29일 비공개 좌담회를 가져 어떤 발언이 오고갔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김 원장은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9시까지 신라호텔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위원회 회원들과 좌담회를 가졌다.
행사에는 전경련 경제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부위원장인 이상대 삼성물산 대표이사,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 이상완 삼성전자 사장, 정태환 현대차 부사장 등 재계 주요 인물들이 대거 참석했다.
금융권에서는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 이용호 한화증권 사장, 박중진 동양생명 부회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금감원과 전경련 측은 전반적인 경제상황에 대한 의견교환 정도만 있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대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 만큼 민감한 사안이 다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좌담회가 끝난 뒤 김원장은 "기업 대표들과 주로 경제현황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경제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고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는 자제했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임상혁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경제전반에 대한 얘기만 오고 간 것으로 안다"면서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왔고 김종창 원장은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경기전망에 대해 김 원장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김 원장은 좌담회에서 "설비투자와 성장률을 볼 때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지만 불안한 요인들은 많다"고 말했다.
당초 김 원장은 이날 좌담회 참석 여부를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법 개정 등 관련 현안들이 많아 뒷말이 나올만한 자리는 부담스러웠던 것.
금감원 관계자는 "한은법 개정과 관련해 김종창 원장이 조심스러운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2~3일 전만 해도 좌담회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좌담회가 비공개로 열린만큼 구체적인 발언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 구조조정 관련 내용에 대한 의견교환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위기 상황인만큼 직접적인 발언은 자제했겠지만 구조조정 등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겠느냐"라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에 따르면 올들어 금융기관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 중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간 기업은 10곳이다.
이는 지난해 워크아웃 개시 대기업이 2~3곳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다음달부터 45개 주채무계열과 해운업체를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어 대기업의 워크아웃 신청 증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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