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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출신 여성, 승진에 밀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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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0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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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만과 산휴에 따른 남성과의 근무시간 격차

전 세계적으로 보수적 조직이라고 정평이 난 금융 업계는 중년 남성들이 주름잡는 곳으로 악명높다. 이는 그동안 승진에 있어서 성차별이 있기 때문이라는 기존 관념에 따른 것으로 여겨졌지만 남성에 비해 저조한 여성의 근무시간에 기인한다는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2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리앤 베르트랑 시카고대 경영대학원(부스 스쿨) 경제학 교수는 하버드대 교수 2명과 공동으로 '자식을 기르는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저조한 경력으로 기업내 승진에서 밀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 보고서는 지난 1990~2006년 사이 미국 시카고 소재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이수한 민간기업 및 금융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승진 추이를 살펴본 결과 기업내 여성직원들의 직위나 직책이 급여와 경력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으로 진단했다.

연구 보고서는 "MBA 교육 과정에서는 성차별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성들이 금융계에서 빠른 속도로 출세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MBA 이수자들 중 여성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 반면 금융계 대중소기업내 고위직을 여성인력들이 꿰차는 비중은 2.5%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 중 여성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기업은 1992~2004년 사이 8배 증가했다. 하지만 그 수는 전체 기업의 1.3%에 불과한 34곳에 그치고 있다. 

보고서는 "MBA 출신 여성들이 직장에서 남성만큼 좋은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놀라운 점은 여성들이 이토록 저조한 성적을 내놓는 이유"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MBA 과정을 이수한 직후 취업한 남성과 여성들의 급여와 직위 및 직책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출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남성들은 대부분 금융계에 종사하는 반면 여성들은 마케팅 업무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들의 학교평점(GPA)에는 거의 차이가 없었으며 졸업 후 향후 몇년은 비슷한 직종에 종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베르트랑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남녀 MBA 이수자들 간 격차는 아이를 낳은 여성들의 출산 휴가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산휴로 평균 6개월 이상의 시간을 소모해 남성보다 뒤처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아이가 없는 여성 경영진들은 남성들의 실적을 바짝 따라가기에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며 "MBA를 성공적으로 이수한 자들이라면 비슷한 업무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MBA 출신 여성이 고소득 배우자와 결혼해 아이를 갖기 전에는 배우자와 거의 동일한 비율로 업무에 종사하며 경력을 쌓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MBA 이수 커플은 첫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서로의 격려 속에 일에 종사하게 되지만 일단 아이가 태어나면 여성은 분만과 산휴로 인해 수개월 동안 회사에서 자리를 비우게 된다. 따라서 총 근무 시간은 일주일에 평균 58시간 일하는 남성보다 짧은 52시간으로 줄어들지만 업무량은 두배정도로 늘어난다.  MBA 과정을 이수한지 10년 후 남녀 근무시간 격차는 약 6개월 정도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첫 아이 출산 후 MBA 출신 여성 경영진의 수입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해 2년이 지나면 급속도로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MBA 출신 여성들의 연봉은 첫 아이 출산 후 2년간 4만5000 달러 가량 감소하며 그 충격은 향후 연 8만 달러로 증가하게 된다. 반면 남성들의 수입은 첫 아이를 가진 후에도 지속적인 증가양상을 보여 아버지가 된 후에도 일하는데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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