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은 80여 쪽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3시간 가까이 검토ㆍ수정한 뒤 이인규 중수부장과 인사를 나누고 1일 오전 2시10분께 "최선을 다해 받았습니다"라고 짧게 소회를 밝히고 귀갓길에 올랐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조사 후 브리핑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고 조사가 충분히 이뤄져 재소환 계획은 없다"며 "새로운 주장이나 자료 제시가 없었기 때문에 수사기록을 정리, 신병 처리에 대한 수사팀의 의견을 포함해 오늘 오후 임채진 총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 총장은 검찰 내부 의견을 청취하고 나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 등 혐의적용 범위를 특정해 다음 주 중 구속영장 청구 또는 불구속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600만 달러의 '포괄적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았으며 기존 입장대로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자료를 보고 일부 진술에 변화를 보였지만 큰 틀에서는 서면질의서에서 답했던 것처럼 "100만 달러와 12억5천만원에 대해서는 몰랐으며 500만 달러는 퇴임 후 알았지만 정상적인 투자금"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권양숙 여사가 "채무변제에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100만 달러의 구체적인 사용처에 대해서도 "밝힐 수 없다"며 함구했다고 설명했다.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검찰은 오후 11시께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의 대질을 추진했으나 노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고 시간이 너무 늦었다는 이유로 거부해 불발됐다.
홍 기획관은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는 대질신문을 원하는데 통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아서 아쉽다"면서도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자료를 상당 부분 확보해 제시했고, 조사가 순조롭게 진행됐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편 검찰은 2006∼2007년 권 여사가 다른 사람을 시켜 30만 달러 이상을 미국에 체류하던 장남 건호씨와 딸 정연씨에게 생활비 등의 명목으로 송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로부터 "어머니가 돈을 보냈다"는 진술을 받았다.
건호씨 등은 '돈의 출처는 모른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은 박 회장이 건넨 100만 달러가 일부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게 이런 사실을 알았는지도 물었으나 역시 모른다고 진술함에 따라 권 여사를 재소환해 이 돈과 정상문 전 비서관이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현금 3억원이 누구의 몫인지에 대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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