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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수출의 인적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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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1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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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장희(이화여대 명예교수•학술원 회원)

며칠 전 어느 조찬모임에서 엔터테인먼트융합과 산업화에 대한 강연을 듣고 필자는 여러 가지를 느꼈다. 엔터테인먼트융합이라는 개념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즉 연예∙오락∙관광 등 사람들이 즐기는 업종을 방송통신과 융합하여 널리 알리고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엮어서 시장에 내어 놓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게 세계에 내어 놓을 수 있는 연예물 (보기: 난타, 겨울연가 등)을 IPTV를 통해 세계에 널리 알리고, 그 현장을 보기 위해 세계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도록 유도하는 사업을 말하는 것이다. 일단 한국을 찾는 관광객에게는 일곱 가지 ‘거리’ (탈거리, 잘거리, 먹거리, 볼거리, 놀 거리, 팔거리, 느낄거리)를 겸하여 즐길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가 관광에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호서대학의 정경훈 교수의 강연이었는데 ‘우리나라가 제조업 말고도 앞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문화산업이 얼마든지 있겠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연예∙오락물이 잘 개발돼 있고, 이에 겸하여 각종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 등이 잘 준비가 되었다고 해서 외국인들이 우리를 찾아 주겠느냐 하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국제적으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앞서 해결되어야 할 것이 인적요소(人的要素)라고 본다. 즉 이러한 프로그램을 정성스럽게 꾸미고 안내하며 설명해 줄 수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세일즈맨’적 자세가 갖추어져 있느냐 여부이다.

가까이는 홍콩∙싱가포르, 멀리는 스위스∙오스트리아 등지를 돌아보면 온 국민이 외국인에 대해 얼마나 친절하며 최선을 다하는가를 볼 수 있다. 누가 길을 물을 때면 아예 목적지까지 안내 해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손님을 다른 나라에 빼앗길세라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자기에게 직접 돌아오는 혜택이 없을지라도 국가적 사업의 상품화를 위해 전국민이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것이다.

그럼 이러한 인적 요소를 우리는 어떻게 갖출까? 물론 전국민을 상대로 한 설득∙교육∙훈련∙실습 등 모든 필요과정을 거국적으로 실시해야 함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겠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리 국민의 속성 중에 이러한 거국적 사업에 동참하려는 성향이 있느냐의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 필자가 보기에는 다분히 있다고 하겠다.

그 증거는 역사적으로 또는 실례적으로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역사를 보면 삼국시대-고려시대-조선시대-대한민국을 거쳐 오면서 우리 백성들이 과연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재조명해 보면 알 수 있다.

역사의 전개과정에서 굴곡이 있을 때마다 백성들이 힘을 합해 어려움을 극복했던 사례가 많다. 몽고의 침략 때 삼별초난, 임진왜란 때 전국적 의병, 병자호란 때의 삼학사 사건, 일제 때의 3∙1운동, 한국전 때의 학도병 의거, 자유당 말기의 학생혁명, 군부독재 때의 민주항쟁, 그리고 최근에는 외환위기 때 전국적 금 모으기 운동, 2002년 월드컵 때의 전국적 응원열기,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건 때의 자발적 기름때 벗기기 운동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필자가 왜 이런 얘기를 하는가 하면 우리국민의 속성이 ‘위국헌신, 사인여천’(爲國獻身, 事人如天)으로 잘 설명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정부의 어떤 사업이 진정으로 국익을 위한 것이고 또 그것이 사람을 하늘과 같이 존중하는 높은 가치를 지녔다고 판단될 때 우리 국민은 서슴지 않고 이에 동참하는 것이다.

앞으로 21세기를 먹고 살 수 있으려면 이미 경쟁력을 구축해 놓은 대표적 제조업을 더욱 육성하는 것은 물론 서비스 분야라고 볼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융합분야에서 전 국민을 독려하고 교육하며 훈련하는 일이 벌어져야 한다고 본다. 우리 국민에게 이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동참하려 하는 남다른 속성이 있다는 점을 정부는 확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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