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연극 '템페스트'가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의 무대에 오른다.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토월정통연극 시리즈의 열한 번째 작품으로 손진책씨가 연출을 맡았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템페스트는 복수를 뛰어넘는 '용서와 화해'를 다루고 있다. 밀라노 영주 프로스페로는 그의 동생과 나폴리왕에게 배신당해 외딴섬으로 쫓겨난다. 시간이 흐른 어느날, 나폴리왕이 딸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돌아오는 길에 이 외딴섬을 지나게 된다. 이때 프로스페로는 마법을 이용해 복수를 꾀하지만, 자신의 딸과 나폴리왕 아들의 사랑을 계기로 결국 모든 죄를 용서하고 화해한다는 내용의 환타지 희극이다.
하지만 서사극으로 재구성된 템페스트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아낸다. 시대적 배경은 현재, 공간은 무연고 노숙자들을 위한 요양원이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사연을 가지고 떠돌다가 모인 노숙자들이다. 마치 프로스페로가 버림받아 바다를 떠돌다가 외딴섬에 도착했듯이….
연극은 요양원에 모인 사람들이 템페스트 공연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극중극 형식, 즉 액자식 구성으로 전개된다. 공연을 일주일 앞둔 어느 날, 프로스페로 역을 맡은 최씨는 딸이 찾아와 극진히 모시겠다는 말에 요양원을 떠난다. 딸과 함께 떠난 최씨는 매일 전화로 동료들에게 해외 여행담을 전하고 부러움을 산다. 그러나 결국 딸에게 이용당하고 다시 버림받아 초라한 몰골로 요양원으로 돌아오고, 그간의 해외여행담은 모두 거짓임이 드러난다. 그러나 최씨는 요양원에 돌아와서도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환상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서사극으로 재구성된 템페스트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주인공 최씨는 끝까지 환상 속에 살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현실은 또다시 딸에게 버림받은 슬픈 모습이다. 이번 템페스트 공연은 셰익스피어의 희극 템페스트가 마법이 통하는 환상 속에서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졌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환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최씨를 통해 결국 현실은 냉혹하고 가혹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배삼식씨가 극본을 맡았고, 프로스페로 역에 정태화씨를 비롯 송태영, 서이숙, 최용진, 장덕주씨 등이 출연한다. 입장료: 2만1000원-3만 5000원. 문의:02-580-1300
이정아 기자 ljapcc@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