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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CEO, "사업 확장 성공 비결은 영업과 유통의 유기적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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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1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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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가즈야스 기린홀딩스 최고경영자(CEO)

외환위기가 아시아를 덮쳤을 때 많은 기업들은 '문어발'식 기업 확장으로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은 주범으로 지목됐다. 지난달 파산한 미국 자동차업체 크라이슬러와 파산이 임박한 제너럴모터스(GM) 역시 무조건 덩치만 키우려다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꼽히기도 한다. 수익성이 달리는 기존의 사업 영역에만 주력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일본 최대 맥주 메이커 기린맥주의 지주회사인 기린홀딩스는 잇따른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 사례다. 가토 가즈야스 기린홀딩스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끊임없는 의사소통을 통해 영업과 유통 부문의 유기적 결합을 이룬 것이 수익원을 다각화할 수 있었던 성공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가토가 기린홀딩스(당시 기린그룹) CEO에 오른 2006년만 해도 기린에서는 지금과 같은 글로벌 기업 이미지를 찾기 어려웠다. 기린맥주는 이미 지난 2001년 경쟁사인 아사히맥주에 일본 맥주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준 상태였다. 가토는 "당시 기린은 굴욕적인 상황에 처해 있었다"며 "100년 전통을 가진 기린의 옛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가토는 양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보다는 질적 향상을 추구했다. 최고의 상품으로 소비자들이 먼저 찾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 자연스럽게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이었다.

그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와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기린 제품의 신뢰도와 안전성, 친환경성 등에 대해 꾸준히 시장조사를 실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영업 전략을 시도했다.

특히 기린은 기존 맥주보다 맥아량을 줄인 제품군(제3의 맥주)을 강화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노도고시생' 등 기린이 최근 내놓은 '제3의 맥주' 제품군은 일반 맥주와 비슷한 맛을 내면서도 가격은 30% 정도 저렴해 큰 성공을 거뒀다.

1968년 기린 후쿠오카 지점 영업사원으로 기린에 첫 발을 들인 가토의 경험과 역량이 빛을 발한 것이다. 그는 "입사 초기 5년간 유통 부문에서 쌓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며 "소비재 기업의 핵심 부문인 영업과 유통을 현장에서 직접 배운 덕분에 비즈니스의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토는 "소비재 판매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업계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영업과 유통 부문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한 매개체로는 활발한 의사소통만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가토의 노력은 성과로 입증됐다. 올 1분기 기린맥주의 일본시장 점유율은 37.7%로 2년만에 아사히맥주(36%)를 누르고 업계 1위를 재탈환했다.

하지만 가토는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는다. 소비 감소로 국내 시장에서 매출 확대의 여지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기린홀딩스는 엔화 강세와 회계법률 개정으로 올해 순이익이 1210억 엔으로 전년대비 17%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린홀딩스는 해외 기업에 대한 전방위적 M&A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기린은 오는 2015년까지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 올릴 셈이다.
 

   
 
기린맥주로 대표되는 일본의 기린홀딩스가 불황 속에서도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전 세계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실제로 기린홀딩스는 세계적인 경기후퇴에도 불구하고 국경을 넘어 사업 확장에 나선 몇 안 되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기린은 기업 위상을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지역을 대표하는 음료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목표 아래 최근 3000억 엔의 자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M&A에 나섰다. 일본 현지 음료 기업은 물론 호주와 필리핀의 음료·주류업체를 잇따라 사들인 데 이어 의약사업으로까지 사업영역을 넓혔다.

기린홀딩스는 지난 2006년 와인 및 청주 수입·유통업체인 메르시앙 인수를 시작으로 2007년 11월 호주 음료업체 내셔널푸즈를 2940억 엔에 사들였고 840억 엔을 들여 유가공업체인 데어리파머스도 최근 인수했다.

또 지난달에는 필리핀 맥주시장을 주름 잡고 있는 연 매출 838억 엔 규모의 산미구엘 지분 43.25%를 넘겨받았다. 기린은 산미구엘 브랜드로 고유 제품을 생산해 아시아시장에 판매할 예정이다. 지난주에는 호주 2위 맥주업체 라이온네이선의 잔여 지분 53.9%를 33억 호주달러에 매입하기도 했다.

가토는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지난 2007년 기린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그는 "지주제 전환으로 맥주, 청량음료, 와인, 식료품, 의약품에 이르는 다양한 사업 부문의 독립성은 물론 투자 효율성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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