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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 |
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은 조선업체 CEO 가운데 드물게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한 인문학도이다. 그래서 일까. 김징완 부회장은 업계 안팎에선 소문난 독서광으로 불린다. 출장 가방에는 항상 4~5권의 책이 있으며 수시로 임직원들에게 독서를 권한다.
이런 독서습관은 그의 경영철학에 스며들어 삼성중공업의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 냈다.
김징완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변화에 한계란 없고 한계는 오로지 마음먹기 나름"이라며 삼성중공업의 급격한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메가블록 공법'을 탄생시켰다.
메가블록 공법은 육상에서 선체를 10개의 블록으로 대형화 한 뒤 3000t급 해상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도크에서 탑재하는 것으로 배를 완성한다. 삼성중공업은 이 공법을 활용, 도크 회전 주기를 2.5개월에서 1.5개월로 줄였다.
또한 삼성중공업은 원유시추선(드릴십), 부유식 천연가스저장설비(LNG-FPSO) 등의 선박개발에 착수, 변화를 선택했다. 그 결과 지난 2007년 단일 조선소 최대 규모인 212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혁신과 변화를 이끈 김징완 부회장의 인문학적 상상력은 사람에게 관심을 돌리게 했고, 사람이 있는 현장을 주목하게 했다. 이는 '현장경영'이라는 경영방침으로 나타났다.
지난 92년 한여름에 땀을 흘리며 용접작업을 하는 현장 직원들을 위해 얼음을 주문, 직접 트럭에 싣고 다니며 얼음을 퍼주던 일화는 김징완 부회장의 현장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100만평에 달하는 조선소에서 이동하며 작업을 해야하는 현장 사원들을 위해 사내 택시와 사내 택배트럭을 도입하기도 했다.
아울러 김징완 부회장은 선박 건조시 품질과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도, 그에 대한 해답과 대책을 반드시 현장에서 찾는다. 이런 노력은 지난 2005년 '품질마지노 선언'으로 이어졌다. 이 선언은 선박 건조가 완료되더라도 단 1건의 문제가 발생하면 선주사에 배를 인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 고위 임원은 "김징완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책을 직접 사서 줄 정도로 사내 독서문화를 권장한다"며 "책을 통한 경제와 사회에 대한 통찰이 삼성중공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1년 삼성중공업 사장에 취임한 김징완 부회장은 삼성중공업을 세계 2위 조선기업으로 올려놓았다. 지난해에는 153억 달러를 수주, 2년 연속 세계 조선업계 수주 1위에 올랐다. 또한 삼성중공업은 200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주된 44척의 드릴십 가운데 29척을 수주, 점유율 66%로 드릴십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김징완 부회장과 삼성중공업은 또한번의 시련을 겪고 있다. 바로 신규 수주 부진이다. 또한 조선 시황을 가늠할 수 있는 해운 시황 역시 나아질 조짐이 없다. 드릴십 분야 등에서 경쟁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김징완 부회장은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지난달 8일 삼성 사장협의회는 김호동 서울대 동양사학 교수를 초청, '몽골 세계 제국의 역사'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김징완 부회장이 주재했으며 30여명의 사장단이 참석했다.
이날 강연회에서 김호동 교수는 "몽골이 당시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공유주의, 포용력, 다원주의"라고 지적했다.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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