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철강제품 가격을 최대 20%까지 전격 인하하면서 국내 타 철강업체들이 후폭풍을 맞고 있다. 가격인하 압력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7일 포스코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당초 올해 철광석 구매 협상이 끝나고 지난해 계약한 고가 수입원료 사용이 끝나는 7월께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앞당겼다.
지난해 12월 사상 첫 감산 조치에 들어간 이후 지속된 경기부진으로 추가 감산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졌지만, 감산만으로는 불황을 이겨내기는 역부족이라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포스코는 제품별로 단가를 낮춰 판매량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또 일본과 중국 등 수입산 저가 철강제품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점도 이번 가격인하에 영향을 미쳤다. JFE 등 일본 철강업체들은 한국에 수출하는 열연강판 수출 오퍼가격을 톤당 420달러 수준까지 내렸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58% 인하된 금액으로, 중국산보다도 싸다.
국내 시장에서는 포스코 철강재 가격이 기준가격으로 통용되고 있어 타 철강업체들의 가격 인하가 이어질 전망이다.
톤당 88만원에 열연코일을 공급하고 있는 현대제철은 포스코가 85만에서 68만원으로 기준가격을 내리면서 가격인하가 불가피해 졌다. 현대제철 측은 "가격인하 여부에 대해 검토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다만 실질 출하가격 인하폭은 적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 출하가격은 포스코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안다"며 "가격을 낮추더라도 인하 폭은 5만원 내외로 소폭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후판 제품을 올해 2회에 걸쳐 49만원을 낮춘 동국제강도 포스코의 철강재 값 하락에 상응한 추가 인하가 예상되고 있다. 동국제강은 현재 포스코와 같은 수준인 조선재 92만원, 비조선재 98만원에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는 이번 가격 인하로 조선재와 일반재가 각각 10만원, 16만원 싸졌다.
동국제강은 올 들어 이미 가격 인하를 단행했기 떄문에 당장 가격을 내릴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동국제강은 고가에 산 원자재가 소진되기 전에 후판 가격을 내리면서 지난 1분기에 78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동국제강이 추가 인하 여부를 재고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동국제강은 철강 시황을 지켜본 뒤 10만원 가량 추가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부제철,현대하이스코, 유니온스틸 등 냉연 업체들도 제품 가격을 소폭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냉연업계 관계자는 "냉연업체가 올해 1분기 실적 부진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포스코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더라도 손익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단 환율, 원료부담 등 불안요소가 해소돼야 가격인하를 검토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인하 폭 보다는 인하 시기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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