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호, angel of the sea, 100×60cm, 2009 | ||
갤러리라메르 |
만연한 햇살을 받아 만물이 반짝이는 풍경은 상상만 해도 경쾌하다. 작가들의 가슴 속에도 5월의 연연(娟娟)한 기운이 흐르는 듯하다. 갤러리가이아에서 26일까지 열리는 남천 송수남 반미령 안윤모 등 국내외 아트페어를 통해 알려진 작가들의 ‘5월의 아름다운 소품전’만 봐도 그렇다. 3~5호의 작은 작품 속에는 서로 다른 감성으로 이야기 한 5월의 풍경이 들어있다.
무너뜨린 자연과 인간의 경계
갤러리 한 쪽 벽면을 따라 흐르는 잔잔한 코스모스의 물결은 싱그러운 푸른빛 배경과 어우러져 소담한 정취를 자아낸다. 반미령의 ‘신세계를 꿈꾸며’라는 작품이다. 유재길 미술평론가는 “삶의 주변 풍경과 작은 오브제들은 자아의 내면에 존재하는 우주로 거듭 표현됐다”고 풀이한다.
남천 송수남의 ‘Flowers'라는 세 개의 연작은 분홍빛을 매개로 한 찬란한 꽃의 향연을 그렸다. 꽃과 풀 틈 사이로는 나비가 잔잔하게 날아오른다. 무심한 듯 자유롭게 피어있는 꽃들의 숨소리가 들려 오는 듯하다. 박영택 미술평론가는 이를 두고 “모두가 차등 없이 아름답게 피어오른 꽃들은 그가 거느린 생의 지도”라고 설명한다.
안윤모의 ‘꽃을 든 부엉이’ 속의 보름달과 노란 부엉이의 눈, 부엉이가 들고 있는 노란 꽃은 검은 밤하늘과 대비를 이뤄 찬란한 빛을 띤다. 작가는 모든 만물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난 다음의 풍경을 노래한다. 다시 떠오르는 햇살을 향해 의인화된 부엉이는 그림 밖으로 걸어 나갈 것만 같다.
황홀한 자연의 잔상
26일까지 갤러리라메르에서 열리는 이지호 개인전 ‘2009 에코 하모니(echo harmony)’에서의 자연은 특유의 곡선 형태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love and hatred' 작품에서 드러나는 풀 한 포기들은 새인 듯, 사람인 듯 감정을 드러내는 눈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작가는 “의인화된 공작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자연과 물상의 조화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작가는 또 자연이 갖는 태동과 생성의 힘을 모태론적 측면으로 풀어냈다. 넘실거리는 드넓은 바다는 여인의 곡선을, 꽃잎의 유려한 곡선은 꿈틀대는 여성의 풀어헤친 머릿결을 상징한다. ‘angel of the sea' 작품에는 이 같은 작가의 의도가 여실히 반영돼 있다. 망망대해를 헤엄치는 긴 머리를 풀어헤친 여인의 몸을 따라 흐르는 곡선은 푸르른 자연을 연상시킨다.
대지 위에서 망망대해로 이어지는 자연의 조화로운 흐름 속에는 작가의 자연에 대한 동경이 살아 꿈틀댄다.
정진희 기자 snowwa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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