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검찰 책임론이 등장하고 임채진 검찰총장의 사퇴설까지 나돌자 검찰 내부에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임 총장은 25일 오전 9시께 청사에 나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집무실로 향했으며 자신의 거취 문제 등을 놓고 밤새 많은 고민을 한 듯 굳은 표정에 수심이 가득했다.
임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예정됐던 주례 간부회의를 취소하고 서면보고로 대체했으며 오전 11시20분께 문성우 차장, 한명관 기조부장과 함께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서 청사로 돌아왔다.
임 총장이 사퇴 의견을 이미 밝혔으나 청와대에서 만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사의 전달이 없었다"고 밝혔으며 검찰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한테 임명장을 받은 임 총장이 서거 소식에 큰 충격을 받고 검찰조직 전체를 위해 즉각 사퇴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했으나 '박연차게이트' 수사 마무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는 소문도 있다.
임 총장이 사퇴하면 이인규 중수부장은 물론 중수부 수사팀까지 대폭 물갈이되면서 사실상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나머지 '박연차 게이트' 연루자에 대한 수사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것.
검찰은 분열과 동요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노 전 대통령 장례식 이후 닥쳐올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수부가 노 전 대통령의 수사를 너무 오래 끌었고, 임 총장이 제때 신병처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검 청사에서는 직원들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삼삼오오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이 보였으나 검찰 내부 인터넷 게시판에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짧은 글 3개가 올라왔을 뿐 집단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다.
공황상태에 빠졌던 중수부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노 전 대통령 장례식 이후 최대한 신속하게 '박연차게이트' 수사를 마무리하되 의혹을 남기지 않으려고 수사계획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수부는 서거 이후 기자 브리핑을 중단하고 언론과 일절 접촉하지 않고 있다.
대검은 이날 '노 전 대통령 서거 관련 근무기강 확립 지시'를 전국 검찰청에 내려 보내 애도 기간에 ▲ 유흥업소, 고급음식점 출입 금지▲ 빈축을 살 만한 언행 자제▲ 전 직원 비상 연락체제 유지 ▲ 청사 등 주요 시설물 경계근무 강화를 주문했다.
또 각급 검찰청에서도 지역별로 설치된 분향소에 적절한 시기에 분향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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