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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전 대통령 서거] 원진 피해자들 "독가스 현장 온 유일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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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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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독가스 현장을 당신은 유일하게 들어왔습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나흘째인 26일. 고향 경남 진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원진레이온 공장 피해자 40명이 조문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원진레이온 공장은 1960년대 중반부터 펄프와 이황화탄소, 황화수소, 가성소다 등을 화학반응시켜 비스코스레이온을 만드는 섬유공장. 이곳에서 나오는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근로자들은 매년 죽음에 이르렀다.

1988년 시작된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의 '직업병 인정' 투쟁은 사회에 직업병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시초로 꼽힌다.

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던 노 전 대통령은 박영숙 당시 평민당 부총재와 김양호 당시 구로의원 원장 등과 함께 '원진레이온 직업병발생 진상조사반'을 구성해 결국 정부로부터 정식 직업병으로 인정받게 했다.

한창길 원진 레이온 피해자 모임 대표(66)는 "국회의원을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노 전 대통령은 정부와 최종 합의서를 받아내기 위해 끝까지 싸우신 분"며 "다른 사람들은 코를 막고 들어오지 못했는데 (노 전 대통령만큼은) 가스 구덩이 현장에 직접 들어왔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한 대표는 "원진 노동사로서는 절대 잊지 못하는 분이다. (사망 소식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날 원진피해자들은 낭독사를 통해 "당신이 (유언에서) 말한 비석이 되겠습니다. 바보같이 정의로웠던 당산의 비석이 되어 그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고 밝혔다.

원진 피해자 대부분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소리 없이 훔쳤지만 여성 몇 분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상심이 커 주위 사람들이 겨우 부축해 이동했다. 

김종식 부위원장(66)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을 남긴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원진 피해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2시간동안 식사를 한 적이 있다"며 "지금 내가 차고 있는 이 시계가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준 시계"라며 손목에 있는 시계를 꺼내보였다.

시계에는 '노무현'이라는 선명한 이름과 청와대 문양이 찍혀 있었다. 

김 부위원장은 "당시 식사를 하면서 노 전 대통령은 서민 사는 얘기, 산재환자의 실상, 대통령으로서 산재환자 도울 수 있는 여건 등을 얘기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김해/ 김종원 안광석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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