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생명보험사들의 상장 작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지만 어느 보험사가 상장 '1호'가 될 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일부 보험사는 증자의 필요성과 모기업의 경영 환경 변화 때문에 상장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반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상장 작업에 제동이 걸린 보험사도 있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연내 상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보험사는 동양생명이다. 6월 중으로 금융 감독당국에 상장 예비신청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당국의 승인을 받은 후 기업공개(IPO) 등을 거치면 올해 안으로 상장이 이뤄질 수 있다.
동양생명은 올 들어 증시가 살아나자 지난 2월 상장 연장 신청을 철회한 바 있다. 박중진 동양생명 부회장은 지난 4월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생보사 최초 상장 목표를 연내 반드시 이루겠다"며 상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대한생명과 교보생명 등 상장을 준비하던 생보사들은 일단 관망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특히 대한생명은 모기업인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상장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됐으나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연내 상장을 마무리하려면 당국의 승인을 받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대한생명 쪽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며 "일단 다른 보험사의 동향을 지켜보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금호생명의 경우 모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보험 계열사를 매각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내 상장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금호생명 매각의 쟁점은 가격이다. 지난해부터 주가가 폭락하면서 한 때 1조원을 넘었던 매각 가격이 낮아지자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인수 희망자 간의 가격에 대한 이견도 커졌다.
그러나 최근 금호생명이 1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재무건전성이 개선된데다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최병길 사장 후임으로 지난 2003년부터 3년간 금호생명 사장을 역임했던 박병욱 사장이 새로 선임되면서 매각 작업에 탄력을 붙을 전망이다.
한편 6월 1일부터 사명을 AIA생명으로 변경하는 국내 AIG생명은 생보사 상장 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후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려 온 미국 AIG 본사는 아시아 지역 생명보험 계열사인 AIA 그룹을 분사시키기로 결정했다.
AIA 그룹이 아시아 지역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향후 AIA 그룹에 속한 국내 AIG생명도 상장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원활한 자본 조달과 경영 투명성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생보사 상장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상장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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