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모든 기업의 화두다. 창과 방패의 역할을 두루 하기 때문이다. 혁신적 사고는 경기가 좋을 때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수익 창출원이 되고 불경기 때는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해 준다.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지만 조직 구성원들 사이에 혁신의 물결을 일으키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조직이 정체돼 있는 탓도 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경영환경도 혁신을 어렵게 만든다. 외부 환경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위크는 2일(현지시간) 단기간에 혁신을 이루려면 최근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 일고 있는 4가지 새로운 물결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담장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부서와 담을 쌓고 내부 이익만 추구하는 '사일로(silo) 효과'과 사라지고 다양한 기능이 통합된 소규모 팀을 운영하는 게 보편화되고 있다.
담장의 비효율성을 절감한 기업들은 연구개발(R&D) 마케팅 기획 회계 등의 부서에서 핵심 인재들을 추려내 작지만 모든 기능이 통합된 팀을 만들어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 심지어 비즈니스모델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이렇게 조직된 팀들을 아예 별도의 건물에 격리시킨 뒤 "일 년 안에 세상을 바꾸라"고 지시하기도 한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기업 내부뿐 아니라 기업과 외부 세계를 가르던 담장 역시 무너지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오랫동안 한 가지 업무만 맡으면 전문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견해 내기는 힘들다. 업무 환경에 적응해 타성에 젖으면 주위에 널려 있는 아이디어도 놓치기 쉽다. 그래서 주목받고 있는 게 '개방혁신(open innovation)'이다.
일례로 세계적인 종합생활용품 제조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의 앨런 래플리 최고경영자(CEO)는 몇 해 전 기업 전체의 혁신 가운데 절반은 연구개발(R&D)을 통해 달성하겠다고 공표했다. 이른바 '연계ㆍ개발(C&D·Connect and Development)' 전략으로 내부 R&D팀에 의지하기보다는 외부 전문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로써 P&G에는 '아는 사람'이 아닌 '배우는 사람'의 문화가 정착됐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의 인기도 주목할 만하다.
통찰력과 아이디어, 의사소통을 떼 놓고는 혁신을 이룰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소셜미디어는 혁신을 이루는 데 필수적인 도구다. 특히 그 안에 형성된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여론을 주도하며 소비자 단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브랜드 홍보대사도 있고 기업들이 두려워 하는 '안티'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비판과 조언은 기업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비즈니스모델을 내놓는 데 큰 도움이 된다. R&D나 마케팅 담당자라면 소셜미디어를 통해 승부수를 둬야 할 타깃이나 신상품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최적화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받을 수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군사훈련용 가상전쟁인 '워게임(war game)'을 활용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과거에도 기업들은 경영전략을 세우는 데 워게임을 활용했다. 다만 과거의 워게임은 기업 내부에 국한됐고 'SWOT(강점ㆍ약점ㆍ기회ㆍ위험요소)' 분석의 변형에 불과했다.
하지만 '혁신 워게임'은 다르다. 기업들은 이제 외부에서 인재를 들여 제품 및 서비스, 비즈니스모델을 만들 때 외부에서 생길 수 있는 균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한다.
외부에서 영입하는 이들은 주로 업계 사정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때문에 이들은 기업 내부에서 예측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위험요소를 짚어내거나 업계를 뒤흔들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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