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 부정 신호 공존..지표는 악화, 기대감은 증가
취업자 수 21만9천명 ↓, 실업자 93만8000명..한달새 증가세 전환
전문가 “연말 이후에나 고용사정 나아질 것”
‘고용시장 바닥론’의 근거가 됐던 신규 취업자 및 실업자수 감소폭이 5월 들어 다시 확대됐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5월 취업자는 2372만명으로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21만9000명 감소했다. 실업자 수 역시 93만8000명으로 한달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통계청은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이 고용시장에 영향을 계속 줄 것으로 예상돼 고용난이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이나, 취업준비자가 6개월 만에 9000명 증가했고 구직단념자의 증가 폭도 4개월 만에 줄어드는 등 나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고용시장이 긍정과 부정이 뒤섞인 채 극심한 혼조세를 띠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기 전에는 근본적인 고용 감소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며 연말 이후에나 고용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 취업자 감소 22만명 육박..10년2개월래 최악
5월 취업자 숫자는 237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만9000명(-0.9%) 줄면서 1999년 3월(-39만명) 이후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취업자 수 동향은 1월 -10만3000명, 2월 -14만2000명, 3월 -19만2000명을 기록했다가 4월 들어 -18만8000명으로 진정세를 보였으나 한달만인 5월에 다시 감소폭이 확대된 것이다.
남자(-0.1%)보다 여자(-2.1%)의 감소율이 2배가 넘었다. 실제 5월의 15세 이상 인구는 4002만7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2% 늘었는데도 경제활동인구는 오히려 0.1% 감소했다. 특히 여성 경제활동인구는 1.4% 줄어 불황기의 여성 취업난을 반영했다.
산업별로는 건설업 취업자의 타격이 가장 심했다. 건설업 취업자는 6.6%나 줄었고 제조업(-3.5%), 도소매·음식숙박업(-2.8%), 전기·운수·통신·금융업(-2.1%) 등에서 감소했지만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은 4.1% 증가했다. 공공부문만 떼어보면 8만9000명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직업별로는 농림어업숙련종사자(-2.8%), 서비스·판매종사자(-2.7%), 기능·기계조작·단순노무종사자(-1.3%)가 감소한 반면 사무종사자(2.8%)는 늘고, 전문·기술·행정관리자(-0.2%)는 소폭 감소에 그쳤다. 화이트칼라에 비해 블루 칼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지위별로는 상용근로자는 30만6000명(3.4%) 늘어난 반면 비정규직에 해당하는 임시(-1.7%) 및 일용(-6.2%) 근로자에서 22만7000명 감소했다. 자영업주도 30만1000명(-4.9%) 줄어들면서 실물경제 침체에 따른 폐업 자영업자의 급증세를 보였다.
취업시간대별로는 사실상 아르바이트, 파트타임이나 마찬가지로 여겨지는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97만4000명(24.5%) 감소했고, 54시간 이상 취업자도 29만2000명(-16.3%) 줄었다.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46.5시간으로 0.2시간 줄었다.
고용률은 59.3%로 7개월째 60%를 밑돌았으나 4월(58.8%)보다는 나아졌다.
정인숙 통계청 고용통계팀장은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으로 고용 감소 폭이 줄어들지 않았다"면서 "종합적으로 고용 사정이 아직은 회복할 기미를 나타내지 않고 자영업자나 임시 일용직 근로자 등을 중심으로 고용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 실업자수 94만명 육박...20대 실업률 7.6%
실업자는 5월 기준으로 93만8000명으로 전월의 93만3000명보다 5000명 늘었다. 이는 지난 3월 95만명 이래 최대다. 실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로는 18만4000명 증가했다.
20~29세 실업자 수는 31만9000명으로 작년 동월 대비 2만5000명(8.5%)이 늘었다. 20대 실업률은 7.6%로 연령층 중에서 가장 높았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20~29세의 '쉬었음' 인구는 25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만7000명(42.4%) 많아졌다.
가장들이 많이 포진한 30~39세의 실업자 숫자는 22만7000명으로 작년 동월 보다 15%(3만명) 증가했다.
이처럼 우울한 통계치를 종합해보면 대졸 청년과 가장들의 실업이 확산 추세에 돌입했음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교육정도별 전년 동월 대비 실업자는 대졸 이상이 6만6000명으로 무려 23.5%나 급증해 '고학력 백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실업난으로 인해 비경제활동 인구 중 5월의 구직 단념자는 15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4000명(41.6%) 늘었다. 구직 자체를 포기할 정도로 일자리의 씨가 마르고 있다는 의미다.
◆고용 문제 연말이후에나 풀릴 듯
고용 문제는 올해 연말쯤에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광공업생산 등 일부 실물 지표에서 회복의 기미가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고용은 대표적인 후행 지표라는 점에서 실물이 바닥을 찍었더라도 고용이 반등하려면 3~5개월 정도가 걸린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견해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용 부문 또한 공공건설, 정부 소비로 뒷받침하고 있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면서 “현재 민간 부문의 고용 위축을 공공부문으로 상쇄하는 구조라 당분간 고용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고용이 민간과 투자 부문에서 살아나지 못한 채 대규모 정부 재정 지출을 통해 일자리가 임시로 만들어진 것으로,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기 전에는 근본적인 고용 감소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오 실장은“실업률 같은 경우 특히 경기회복이 본격화돼야 고용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고용사정이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연말 이후에나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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