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금융으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가 날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사금융피해상담센터의 상담건수는 1055건을 기록했다. 사금융피해상담은 지난해 2분기 962건을 기록한 이후 3분기 973건, 4분기 1040건을 기록하는 등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 사례 역시 이번달까지 170건이 넘어서면서 전년 동기에 비해 20% 증가했다.
생활정보지의 소액대출 광고를 통해 연 이자율이 2000%가 넘는 대출을 받았다가 채무 상환을 독촉하는 협박에 시달리는 피해자들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등록 대부업체의 최고 이자율은 연 49%, 미등록 대부업체는 30%로 제한돼 있지만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서민 대출을 자제하면서 불법 대부업체들의 영업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로 신용이 경색되고 이자율 제한되는 등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지난 3월말 현재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대부업체 수는 1만6588개로 9개월만에 10% 가까이 줄었다.
신용시장 침체로 대형 대부업체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산와, 웰컴크레딧라인 등 8개 대형 등록 대부업체의 2008 회계연도 영업수익은 28% 증가한 9798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시장 상황 악화로 상당수 대부업체가 불법 사채 영업으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불법 사금융 피해상담 중 전체 1501건 중 90% 이상이 미등록 대부업체에 의한 것이다. 이들 피해자들이 사용한 대출 금리도 연 100% 이상이 전체의 81%에 달했다.
서민들의 고금리 피해가 확산되면서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저신용자 대출 상품의 판매를 늘릴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실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저신용자 신용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12개 은행의 실적은 지난달 22일 현재 2242억원에 그쳤다. 이는 1조1700억원의 대출 한도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대출 금리를 제한하는 법규를 마련했지만 세부 방침이 불명확해 실질적으로 서민들의 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부터 제도권 금융회사도 대부업체와 같이 각종 수수료와 연체이자 등을 포함해 이자율이 연 49%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시행 중이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이자에 포함되는 수수료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금융기관들은 기존의 관행을 답습하고 있는 상태다.
금감원 역시 불법 사금융 피해를 막기 위해 최대 1000만원의 보상금을 내걸고 불법대부업 억제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기침체 여파로 사금융 이용이 증가하면서 고금리 등 불법 활동이 늘고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들은 금융당국이 원론적인 억제책을 내놓을 뿐 서민들에게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성만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본부 차장은 "불법 대부와 관련된 상담은 올들어 전년 대비 20% 가까이 늘었다"면서 "과다한 이자율과 수수료, 불법추심에 대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금융당국에 대한 불만도 늘고 있다"면서 "미등록업체에 대한 보다 강력한 단속은 물론 단속에 적발될 경우, 소비자가 입은 피해의 몇배에 해당하는 징벌적인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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