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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1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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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여름 제주도, 직장인 한모씨는 거실에 에어컨을 틀어놓고 출근 준비 중이다. 전날 옥상 태양광 전지판을 통해 모아둔 전기이기 때문에 요금걱정은 없다. 전기차를 타고 출근길에 나선다. 지난밤 주차장 플러그에 꽂아둔 그의 차는 전기요금이 가장 싼 시간대에 충전돼 있기 때문에 오늘 일정 상 오랜 시간 운전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신경 쓸 것은 없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한씨는 세탁기를 돌리기 위해 집에 설치된 미터기를 확인했다. 전력사용량이 적은 시간대라서 그런지 요금은 낮 시간대에 비해 kWh당 100원 정도 저렴하다. 이때다 싶어 세탁기에 옷을 던져 넣고 저녁 준비를 하러 간다. 한씨는 오늘 하루도 전기 아껴 부자가 된 기분이다.

상상만으로 그칠 것 같은 현실이 눈앞에 다가왔다. 똑똑한 전력소비를 돕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시대가 본격화되면 이 같은 가상이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은

똑똑한 전력, 바로 그것이다. 백과사전에 스마트그리드는 ‘기존 전력망에 IT기술을 접목시키는 것.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 정보 교환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전력망’ 이라고 정의돼 있다.

다시 말해 스마트그리드는 쌍방향 전력체계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전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소비자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에겐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해하기 어렵고 대충 ‘전력 시스템과 IT기술의 결합’이라고만 짐작할 것이다.

전기요금은 한전의 요금체계 기준에 따라 낸다. 하지만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이 운영되면 달라진다. 우선 기존 전기 소비자들은 IT시스템으로 전력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고 현재 사용량, 필요한 전기량 등을 파악한다.

이 정보는 IT 통신망을 통해 한전과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정보를 받은 한전은 상황에 맞춰 필요한 만큼의 전력만 공급한다. 또 기존 소비자가 태양광 전지 등 발전 설비 등을 통해 전력을 자급자족하게 되면 전력을 공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비자에게 남은 전력이 있으면 한전이 이 전기를 구매한다. 한전은 얻은 전기를 필요한 소비자에게 재공급한다.

△스마트그리드 도입을 통한 기대효과

현재 사용하는 전력체계에서는 에너지를 제대로 유통 관리하는 경로와 기술이 부족해 한 곳에서는 전력이 부족하고 다른 곳에서는 전력이 남아도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또한 전력저장 기술이 없어 필요하지 않아도 만약을 위해 계속 생산해야 한다.

그러나 일단 스마트그리드 체계가 갖춰지면 산업 전반에 다양한 변화가 생긴다. 에너지를 아낄 수 있게 되고 전력시설 또한 더 이상 짓지 않아도 된다. 또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상용화되면 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우선 어디서나 사용한 전기요금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전기수요가 많은 낮 시간대엔 전기요금이 비싸고 밤 시간대엔 요금이 저렴한 특징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태양광 및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저장해 뒀다가 전기요금이 비싼 시간대엔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남는 전기는 한국전력에 되팔 수도 있다.

파급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존 공장과 각 산업의 미래도 달라진다.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했던 발전사업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전기차가 늘어나면 기존 주유소도 전기충전소로 변하게 될 것이다. 통신업계 또한 소비자들이 원하는 시간(전기요금이 낮아지는 시간대)에 전기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에 눈을 돌릴 전망이다.

지식경제부는 2030년까지 국내 관련 시장만 68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노후 전력망 교체 사업과 설비 시장, 자동차 인프라 시설과 가전제품 부품 등 파생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이것이 스마트그리드를 혁명으로 부르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를 도입을 위한 과제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정책과 함께 꺼낸 이 카드는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많이 하게 될 것이다. 그런 믿음 때문에 지금 학계는 물론 대기업, IT기업, 정부부처까지도 나서서 이 일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정착시키긴 위해서는 우선 참여를 원하는 학계, 기업, 정부기관이 담당하게 될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생산해야 한다. 해외시장에서 충분히 실용화가 가능한지도 고려해야 한다. 시스템 개발이 늦어진다 해도 수익성이나 실용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의 핵심 역할이 될 한전은 장기적인 수익창출을 위한 계획을 꺼내야 할 것이다.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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