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한분 한분마다 특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금융 서비스를 좋아하고, 본인들이 선호하는 상품이 있으며 특히 금리에 민감한 것 같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 동아시아회의 참석차 방한 중인 스탠다드차타드(SC) 그룹의 피터 샌즈 최고경영자(CEO)는 1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금융 소비자들의 특성을 이같이 분석했다.
입금 후 한 달이 지나면 연 4.1%의 금리를 주도록 설계된 SC제일은행의 '두드림 통장'이 판매 14개월 만에 5조 원의 예탁고를 기록한 것을 염두에 둔 설명이다.
샌즈 CEO는 "지주사 전환으로 SC제일은행은 한걸음 더 내딛게 됐다"며 "기업, 중소기업, 소매금융 분야에서 완벽하고 폭넓은 상품을 만들어 한국 고객에게 효율적인 비용으로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외국계 은행이 '토착영업을 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그렇지 않다"며 "한국의 감독당국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외국 금융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SC제일은행의 지주회사 전환을 승인받은 점이 이를 입증한다는 것이다.
그는 "SC그룹에는 115개 국적을 가진 직원들이 일하고 있어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한다"며 "한국에서도 한국 직원들과 다른 국가에서 파견을 나온 직원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으며, 한국 직원 75명은 다른 국가에 파견돼 해당 국가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C제일은행의 증자 계획에 대해서는 "지금 현재 자본 비율은 안정적이며 필요할 경우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3월말 현재 11.33%다.
샌즈 CEO는 최근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해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온 외국인 투자자들이라면 북한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고,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발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영국을 포함한 세계 금융시장은 최악의 상황은 넘어섰다"며 "다만 영국이 현재 경기침체에 직면해있고 이러한 경기침체는 영국의 은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만 "지난해 9월, 10월의 위기 상황과 지금 상황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수출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수입이 많아 세계 경기침체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따라서 서구 국가들, 특히 미국의 경제가 얼마나 빨리 회복할 것인지에 따라 한국 경제도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샌즈 CEO는 "한국의 은행들은 10여년 전 겪었던 외환위기의 교훈 덕분에 이번 금융위기에서 우수한 탄력성을 보여줬다"며 "비즈니스 모델 상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왔고 과도한 차입을 하지 않았으며 서구 국가들과 달리 과도하게 복잡한 상품들도 없었던 점이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은 피터 샌즈 CEO는 지난 2002년 5월 SC그룹의 재무담당 이사로 근무하기 시작했으며 2006년 11월 최고경영자로 임명됐다. SC그룹 근무 이전에는 컨설팅회사인 매킨지에서 근무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해 10월에는 영국 정부가 발표한 구제금융안의 '설계자'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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