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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다시 'MS'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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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3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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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즈니스위크, 스티븐 엘롭 사장 개방형 SW로 '제국'지키기

   
 
 
"로마제국처럼 무너질 수는 없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SW) 메이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수성(守城) 작전에 돌입했다. 공짜 및 저가 SW가 범람하자 고가 정책으로 일관하던 MS도 SW의 내용을 개선하고 판매 방식을 유연화하는 등 기존 전략을 수정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다음달 6일자 최신호 커버스토리에서 MS가 스티븐 엘롭 비즈니스 사업부 총괄사장을 필두로 인터넷 기반의 개방형 SW 개발을 통해 'MS제국' 지키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세계적인 경기후퇴로 수요가 줄면서 개인용 컴퓨터(PC)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PC용 SW를 대량 공급해오던 MS로서는 악재 중에 악재다. 업계 전문가들은 MS가 다음달 발표하게 될 2009회계연도 실적 전망치가 1986년 상장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런 사정을 반영하듯 MS 주가는 최근 게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1998년 이후 MS의 수익은 4배 이상 급증했지만 최근 20년 동안 두드러진 기술 혁신을 이루지 못한 데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도 적지 않다.

로저 케이 엔드포인트테크놀로지스 애널리스트는 "로마제국이 과거 400년 동안 부흥기를 누렸던 것처럼 MS도 지난 20년 동안 PC용 SW 개발로 큰 수익을 거뒀다"면서도 "로마처럼 MS도 쇠퇴기에 접어 들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2011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오피스 2010'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가 지난 1월 세계적인 라우터 제조업체 주니퍼로부터 엘롭을 전격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MS의 '캐시 카우' 역할을 해온 '오피스'는 문서작업 기능인 워드, 수량화 작업을 위한 엑셀, 프레젠테이션 용도인 파워포인트, 이메일을 관리하는 아웃룩 등 크게 4가지로 구성된 사무용 SW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오피스 버전은 인터넷과의 호환이 자유롭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간파한 엘롭이 새로 내세운 개념이 이른바 '거울의 벽'이다.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만큼 서로 다른 대륙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거울을 보고 이야기하듯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SW도 인터넷의 통합 환경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엔롭은 실시간 번역, 과거 이메일 기록 및 관련 문서 보기 등 온라인을 통해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도입해 기존 오피스 프로그램을 인터넷 기반으로 뜯어 고칠 계획이다. 그는 워드와 엑셀에 실시간 의사소통 기능이 추가되면 세계 각지에 있는 기업 구성원들이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엔롭은 프로그램 판매방식도 크게 손볼 셈이다. 현재 개인이나 기업이 MS 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고가에 이를 구입하거나 대여해야 해 부담이 만만치 않다. 소비자들이 불법 SW의 유혹에 빠지거나 무료나 저렴한 프로그램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인터넷의 발달은 기업과 소비자의 거리를 좁히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일방적인 판매 방식은 소비자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데 한계가 있다. 이 같은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엔롭이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SW 판매방식은 월정액제다. MS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비싼 가격으로 구입하거나 빌리는 것이 아니라 MS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서 한 달 단위로 일정액을 내고 SW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그는 MS 역사상 처음으로 무료 오피스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공짜 프로그램의 일부 기능은 제한된다.

SW 개발 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MS는 과거 동시에 여러 개의 SW를 개발해왔지만 앞으로는 잠재 수익성이 큰 SW 개발에 집중투자할 방침이다.

이같은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 MS는 최근 쉐어포인트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를 두 배 이상 늘렸다. 쉐어포인트는 기업 내부 문서를 한 데 모아 위키피디아와 같은 온라인상의 백과사전 형식으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출시된지 이미 9년이 지났지만 경기침체 속에서도 연간 두 자릿수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엔롭은 "시장의 트렌드를 더욱 달아오르게 하려면 충분한 연료를 부어야 한다"며 미래형 SW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비자들도 MS의 변신을 적극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온라인 기반이 강화돼 출시될 새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SW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드는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기 때문이다. MS가 제공해온 SW는 용량이 커 서버 관리에 부담을 줬지만 온라인 서비스가 강화되면 MS데이터센터에서 SW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서버 관리 요원을 따로 주지 않아도 돼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그러나 MS 수성 전략의 성공 여부는 소비자들의 실제 만족도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려면 콜센터를 추가 운영해야 하는 등 고객의 불만과 의견을 처리하는 데도 역량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온라인의 허점인 바이러스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성공의 관건이라고 비즈니스위크는 강조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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