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고도화 제조업 경쟁력 강화 위해 중장기적 관점서 추진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아소 다로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한 실무회담을 내달 1일 갖기로 합의함에 따라 한일 FTA 협상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다만 한국의 제조업과 일본의 농산물시장 등이 걸림돌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협상 체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29일 산업고도화 및 제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한일FTA 체결은 필수적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8일 도쿄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일 FTA 논의가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진전되도록 노력하는데 서로 합의했다”고 말했고 아소 총리도 “한일 FTA 실무협의를 다음달 1일 개최해 교섭재개를 위한 논의를 한층 촉진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가세했다.
특히 양국은 두 정상의 의지를 반영해 실무협의인 ‘한일 FTA 재개 환경조성을 위한 3차 실무협의’를 과장급에서 국장급 회의체로 격상키로 했다.
이에 따라 4년8개월째 중단돼 있는 한일 FTA 협상 재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4년8개월만에 협상 재개…넘어야 할 산 많아
그러나 한일FTA의 실질적 타결을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한일FTA 협상 논의는 1998년11월 양국 통상장관이 민간연구기관 간 공동연구를 하기로 합의하면서 시작됐고, 2003년10월 양국 정상은 정부간 공식협상 개시를 합의했다.
이후 2003년12월 서울에서 제1차 협상이 개최되고 이듬해11월까지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6차례 협상이 진행됐으나 제조업과 농업 개방문제 등을 놓고 입장차를 줄이는데 실패해 결국 2004년말 협상이 중단됐다.
그해 7월 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 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이 일제히 한일FTA 속도조절을 요구하면서부터 양국의 협상은 흔들렸다. 당시 철강, 석유화학, 기계, 자동차, 전자 등의 각 업계단체 대표들은 한일 FTA로 일본기업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을 우려, 가능한 한 관세 인하를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서다.
한국 산업계는 관세율 인하에 따른 경쟁 심화를 우려하면서 한일 FTA를 주저했다. 한국의 관세율은 일본보다도 높은 탓에 한일FTA로 양국 관세율이 단계적으로 철폐될 경우 한국의 대일수입이 대일수출보다도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특히 대일의존도가 심한 부품 분야는 FTA에 강력반발하기도 했다.
일본 또한 자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있는 한국의 농산물 관세 철폐를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정치·사회적인 요소가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2008년 대일 무역적자가 37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경제적 효율성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정치적으로 무역적자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기업체질개선 ‘효과’…무리한 추진 말아야
이에 전문가들은 한미, 한EU FTA 등 선진진영과 주요한 협정 체결을 앞둔 상황에서 무리하게 한일 FTA를 추진하기 보단 신중하게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제 위기 위해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한 동북아 경제권 구축을 위해선 한일FTA 체결은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일 FTA는 조기에 추진해야 할 목표라기보다는 동북아 경제권 구축을 위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풀어가야 할 사안”이라며 “협정이 체결된다면 단기적으론 무역역조가 심화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기업의 체질개선, 고도의 기술 유입, 산업구조 개편 등의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원 전문위원도 “양국간 신뢰를 형성하면서 서서히 협상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동아시아 전체를 자유무역지역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선 한일 FTA가 필수요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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