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우리나라 재벌의 무리한 몸집불리기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28일 우리나라 재계 순위 7위인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3년전 인수한 대우건설의 지분 33%를 재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올초 자산규모 9대기업인 한화그룹 역시 대우조선에 대한 매각을 포기하면서 산업은행과 3000억원대의 인수보증금을 놓고 소송에 들어가는 등 휴유증을 앓고 있다.
특히 금호아시아나는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무모한(reckless) 방식으로 자금을 빌려 화를 자초했다고 FT는 평가했다.
6조4000억원 규모의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재무적 투자자인 18개 금융기관에서 인수자금 3조원을 빌렸다.
그리고 금호아시아나는 투자자들이 3년 후 주당 3만2000원에 대우건설 주식을 되팔 수 있다는 풋백옵션을 담보로 제시했다. 이 풋백옵션은 당시 매입가격인 주당 2만6263원에 연율 9%를 더한 가격이었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주가가 3만원을 넘겼던 것은 지난 2007년 7월 단 2주에 불과했다. 현재 대우건설의 주가는 전날에 비해 7% 급락하면서 1만4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투자자들이 풋백옵션을 행사할 경우 금호아시아나는 4조원 (약 32억 달러)가량의 자금을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에 몰려 결국 대우건설 매각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삼성, LG, 현대, SK와 같은 한국의 4대 재벌기업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무모한 사업확장으로 인해 결국 이들과의 차이를 더욱 벌리고 말았다고 FT는 지적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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