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붕의 생각나무) 김밥 할머니와 청계(淸溪)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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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0-1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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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과 일부 동산을 제외한 331억4200만원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했다.

이 대통령이 기부한 재산은 그의 아호(雅號)를 딴 ‘청계(淸溪)재단’에서 운영을 맡고, 주로 청소년 장학사업에 쓰이게 된다.

장학사업의 재원은 싯가로 100억원대가 넘는 이 대통령의 서초동 및 양재동 건물의 임대수입이 주가 되며 연간 약 11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의 재산 기부는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거나 가난을 대물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지론에 따른 것이다.

또 지난 2007년12월 대선 방송연설에서 “대통령 당락과 관계없이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의 재산 기부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현직 대통령이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보기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의 재산기부는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 확산에 기폭제가 될 수 있고 특히,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의 도적적의무)’ 실천의 본보기도 될 수 있다.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의 에버랜드 주식 편법증여 등 재벌그룹 총수나 자산가들이 자식들에게 재산을 증여하기 위해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는 현실이기에 그의 재산기부는 상큼한 울림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재벌총수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총수 자녀들은 평균 31세에 임원이 되고, 임원이 된 후 평균 28개월마다 승진한다.

이는 대기업 신규 임원 승진자의 평균 연령인 45세에 비해 14세나 낮은 것이다.

10대나 20대에 100억원이 넘는 주식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 대주주 가문의 ‘주식부호’도 31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대주주인 부친이나 가족으로부터 증여, 혹은 상속 등으로 지분을 넘겨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재산기부는 평생 바느질, 또는 떡복기를 팔아 한 두 푼씩 모은 돈을 사회에 기부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일명 ‘김밥 할머니’로 통하는 박춘자 씨(80) 같은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다.

박 할머니는 지난해 7월 20년넘게 남한산성 꼭대기에서 등산객들에게 김밥과 음료수를 팔아 모은 3억원을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

박 할머니는 또 환갑 무렵 장사를 그만둔 이후 갈 곳 없는 7명의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집으로 데려와 20년째 돌보다 이들이 기거할 곳이 마땅치 않자 자신이 사는 성남에 땅을 사 '작은 예수회'에 기부해 사회에 감동을 줬다.

이번 이 대통령의 재산기부를 두고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당시 BBK사건, 도곡동 땅 사건 등 여러가지 의혹들이 제기됐던 점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기부문화가 선진국에 비해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지난해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가 ‘한국인의 기부지수’를 조사한 결과, 기부행위에 동참한 국민은 55%에 그쳤다.

미국의 85%, 호주의 87% 등 선진국에 비해 약 30% 포인트 가량 낮은 수준이다.

말 없이, 이름 없이 이뤄지는 기부는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중요한 문화 중 하나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기부가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해본다.

아주경제=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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