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전 회장 승산 희박, 의외의 단기전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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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8-0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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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박성용 회장의 49재에 참석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사진 가운데 부터)과 박찬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석유화학부문 회장 
 
금호아시아나 경영권 분쟁 2라운드 주요 쟁점은?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찬구 전 석유화학부문 회장이 자신의 해임 등을 문제 삼아 박삼구 명예회장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시사함에 따라 앞으로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 간의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 분쟁의 주요 쟁점을 짚어본다.
 
△해임절차 적법했나
 
박찬구 전 회장은 3일 오전 ‘금호그룹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자신의 해임과 관련, “박삼구 회장이 불법적으로 이사회를 소집한 다음, 의안을 ‘주요 경영현안’이라고 통보했다가 막상 이사회 석상에서는 해임안을 기습적으로 상정했고, 투표용지에 이사 각자의 이름을 적도록 함으로써 회장 지위에 기한 압력을 행사해 해임안을 가결시켰다”며 불법 해임임을 강조한 뒤, “이에 대해 적절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법적 대응을 선언했다.
 
현재 박찬구 회장 측은 이와 관련해 해임안 무효 가처분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 그룹 측은 “이사회 소집과 해임안 의결과정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며 “박찬구 전 회장이 법적 대응을 할 여지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사회 소집과 의결과정에 위법성이 있었더라도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열렸더라면 이사회 의결 내용이 바뀔 수도 있었다는 점을 박찬구 회장측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이사회 결의내용을 뒤집기는 쉽지않다”며 박삼구 회장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 부소장인 김영희 변호사는 “주식회사의 이사회는 비밀투표를 원칙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기명투표는 문제가 되지 않고, 이사회 안건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은 위법의 소지가 있지만 이 경우에도 안건을 정확히 알렸을 경우 해임안이 가결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정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경영 원칙 누가 먼저 깼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공동경영 원칙’을 누가 어겼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고 박인천 창업주 이후 박성용·정구·삼구·찬구 4형제는 총 10여개의 조항으로 된 그룹 공동경영 합의문을 작성했다.
 
1조는 ‘4가계가 금호그룹에 4분의 1씩 균등 출자해 공동으로 경영한다’는 공동경영의 원칙이 명시됐다.
 
2조에는 ‘4가계가 그룹을 분할하거나 해체할 수 없다’며 그룹의 계열분리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또 그룹에 참여하면 금호아시아나 외의 타 기업 경영에 참여하거나 투자할 수 없도록 하고, 이와 함께 별도의 개인 기업도 소유할 수 없도록 했다.
 
벌칙까지 규정돼, 이 같은 원칙을 어겼을 경우에는 ‘그룹 경영에 참여할 수 없고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못 박았다.
 
그런데 이같은 공동경영 원칙을 누가 먼저 어겼는지를 두고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다.
 
우선 그룹 측은 박찬구 전 회장이 균등했던 지분을 형제들의 동의 없이 임의로 깼다고 주장하고 있다. 4가계가 똑같이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각 6.11%, 10.01% 갖고 있었는데, 지난 6월 박 전 회장 부자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금호산업 주식을 팔고 금호석화 지분을 사들여 ‘균등 출자’를 깼다는 것이다.
 
반면 박 전 회장은 박삼구 명예회장이 공동경영의 약속을 무시하고 그룹 경영권을 전유물인 것처럼 독단적으로 행사해 그룹 전체에 엄청난 위기를 초래했다며 그 책임을 형에게 돌렸다.
 
금호석화 주식 추가 취득에 대해서도 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금호석화에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한 부득이한 결단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전 회장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그룹 측은 “지난 2006년 11월 금호석화 이사회에서 대우건설 인수를 결정하게 될 때, 당시 이사회 의장이던 박삼구 명예회장이 불참하자, 박찬구 전 회장이 임시 의장을 맡았다”며 박삼구 회장이 독단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법률 전문가들은 박찬구 전 회장의 승산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박찬구 회장이 금호산업 주식을 팔아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산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박삼구 회장이 공동경영의 원칙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경영을 했다는 것은 입증이 필요하고 사실”이라며 “법정공방으로 가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창 상무 주식 불법거래 의혹
 
금호아시아나 경영권 분쟁의 마지막 쟁점은 박삼구 명예회장의 자제인 박세창 상무의 주식 매입에 대한 불법 의혹이다.
 
박찬구 전 회장은 3일 “박세창 상무가 금호석유화학 주식 매입대금 마련을 위해 금호렌터카와 금호개발상사에 금호산업 주식을 340억원에 매각했는데,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금호렌터카가 어떻게 대주주로부터 170억원이 넘는 계열사 주식을 매입했고, 금호개발상사가 30억원을 차입하면서까지 150여억원의 주식을 매입했는지 의문이 있다”며 “이러한 불법적인 거래를 지시하였거나 관여한 책임자는 반드시 응분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러나 그룹 측은 자본잠식 상태의 금호렌터카가 170억원의 금호산업 지분을 매입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금호렌터카는 지난달 11일 금호오토리스 지분 100%를 국내 금융회사에 전량 매각, 여기서 나온 195억원 중 170억원을 금호산업 지분 매입에 사용했다”며 “이 과정은 이사회를 통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박찬구 전 회장 부자가 금호산업 지분을 시장에 매각하고 금호석화 지분을 매입하자, 불가피하게 금호석화에 대한 지분 매입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두 형제간의 분쟁이 법정으로 갈 경우 박찬구 전 회장의 승산이 거의 없는 데다 작심하고 폭로했던 조카의 불법주식거래 의혹도 쟁점화에 실패하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의외의 단기전으로 끝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너에 몰린 박찬구 회장이 어떤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아주경제= 이형구 기자 scaler@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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