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확산되는 '임원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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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8-0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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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공기업 부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해 중순 이사로 승진했다. 임원으로 승진한 A씨는 오랜 직장 생활 끝에 임원 자리에 오른 것에 가슴이 부풀었다. 또 연봉도 40% 가까이 올라 기쁨은 더할나위 없었다. 하지만 이 기쁨은 1년도 채 가지 않았다.

공기업 선진화 방안과 금융위기 여파로 이 공사 임원 연봉이 30% 이상 깎였기 때문이다. 또 내년이면 임원 임기가 만료돼 이제 곧 회사를 떠나야 한다. 만약 부장으로 남아 있었다면 5년은 더 일할 수 있었다.

A씨는 "최근 공기업 임원의 입지가 불과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떨어졌다"면서 "임원이 돼서 좋은 점은 남들이 '임원'이라고 알아주는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과 지난해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공기업 임원들의 임원 기피 현상이 높아지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해도 '신의 직장'의 임원이라고 남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최근 임금이 크게 준 데다 언제 회사를 떠날 지 모르는 입장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임원 승진을 피해 지방이나 해외로 근무지를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이사의 연봉은 1억1556만원 2007년 2억500만원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예금보험공사 이사 역시 1억67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낮아졌다.

기관장의 연봉도 마찬가지로 하락했다. 산업은행장과 예보 사장의 연봉은 1억6131억원으로 2007년 대비 각각 1억8869만원, 1억1669만원 미끄러졌다. 주택금융공사 사장 역시 연봉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융공기업 간부들 사이에서는 임원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봉도 줄고 정년보장이 안 돼 공사 간부로 남아 정년을 채우겠다는 것이다.

특히 임원 승진이 점쳐지는 간부들은 지방 전근이나 해외 연수를 자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B공사 고위관계자는 "지난 해부터 이사 진급 가능성이 높은 간부들이 지방 전근이나 해외 연수를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있다"면서 "과거에는 임원 승진을 위해 본사 근무를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임원 진급을 피하기 위해 본사를 떠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C공기업 고참 부장인 D씨는 "임원으로 승진해 연봉이 깎이고 정년을 못 채울 바에는 차라리 지방근무를 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게다가 금융위기 여파로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 및 임금 반납 운동이 확산되며 공기업 이사장과 임원 연봉이 5~20% 삭감 혹은 반납된 것도 임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금융공기업 기관장들의 연봉을 삭감이 공공기관 선진화로 이어질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 민간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공공기관 이사장 및 임원들에 대한 업무 평가를 통해 연봉을 책정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이들 기관의 연봉을 무작정 줄인다고 해서 공공기관이 선진화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의욕을 저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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