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12일 하이닉스반도체를 전격 방문해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 회사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오후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하이닉스 이천공장을 찾았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이 정 회장을 직접 영접하며 공장 현황 등에 대한 설명도 맡았다.
두 회사 최고 경영자(CEO) 간의 만남은 민감한 시점에 이뤄져 시선을 끌고 있다.
외환은행,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31.6%의 지분을 보유한 하이닉스는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이고, 포스코는 인수.합병(M&A)에 필요한 '실탄'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M&A 시장의 다크 호스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는 1분기 기준으로 당좌자산이 8조원, 현금자산이 4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정 회장은 취임 이후 M&A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해 왔다.
이 때문에 업종 성격상 두 회사는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음에도 시장에서는 포스코가 하이닉스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그럴 듯하게 나돌았다.
그러나 두 회사는 그럴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날 정 회장의 하이닉스 방문을 근거로 포스코의 하이닉스 인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한 언론매체의 보도에 대해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하이닉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방문일 뿐이며, 기사에 보도된 것처럼 당사 인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명확히 알려드린다"며 인수설을 반박했다.
또 "당사의 M&A와 관련해서는 크레디스위스가 매각 주간사로서 당사에 대한 실사를 완료하였으나, M&A 관심 여부에 대한 타진 절차도 시작하지 않은 단계"라며 "현 단계에서 특정업체가 당사 M&A와 관련 있는 것처럼 보도되는 것은 사실이 아님을 양지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포스코도 정 회장의 이번 하이닉스 방문은 '답방'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정 회장이 취임한 후 김 사장이 포스코를 찾아와 경영문제를 놓고 서로 의견을 교환했고, 이번 방문은 그것에 대한 답방이라는 것이다.
두 회사의 서울 사무실 빌딩은 강남 테헤란로에 인접해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극비'로 진행되기 마련인 M&A의 속성을 고려할 때 인수 희망기업의 CEO가 노출을 감수하면서 인수대상 기업을 찾아가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해명에 수긍이 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철강산업에 집중된 기업그룹인 포스코가 철강재와는 관계가 없는 IT 분야로의 진출을 추진하는 모양새가 어색하다는 점에서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포스코가 만일 기업 인수에 나선다면 하이닉스보다는 역시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대우건설 쪽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정 회장의 이번 방문으로 하이닉스 인수 후보군에 포스코 이름은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의 한 인사는 "포스코가 하이닉스를 당장 M&A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더라도 사업다각화 전략도 있는 만큼 장래에 사정이 어떻게 바뀔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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