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은 주요 행사가 열리면 고객들에게 회사 이름과 로고가 박힌 셔츠나 가방을 뿌리는 등 상당한 비용을 들이며 자신들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후원해왔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행사 후원에 회사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TY)는 US오픈 골프대회 당시 미국 거대 금융기업들이 익명으로 지원했다며 행사 후원에 대한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US오픈 골프대회가 열렸던 미국 베스페이지 골프장의 블랙코스에서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주요 금융기업들은 고객들을 초청해 경기를 관람하도록 하고 뷔페와 오픈바 서비스를 제공했다.
테이블당 5만 달러의 비용이 들었지만 이들 기업이 후원했다는 표시는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골드만삭스는 테이블 2개, BoA와 메릴린치는 8개, 모건스탠리는 5개를 구입해 이들은 총 75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이름을 알리지 않은 채 지출했다.
익명을 요구한 행사 자원봉사자는 "확실히 그들은 알려지길 원치 않았다"며 "나는 단지 각 테이블 중앙에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자금 수령'이라고 적힌 팻말을 붙여 놓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기업 행사에 대한 이 같은 새로운 관행은 '비밀 지출'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행사 기획자들 조차 누가 행사를 주관했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기업들이 행사에 지나치게 지출한다는 것이 알려져 여론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등 월가의 보너스 잔치나 워싱턴까지 가는데 전용기를 이용한 자동차업체 경영진에 대한 여론의 비난을 목격해 왔기 때문이다.
최근 존 케리 상원의원은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은행들의 기업 행사후원을 금지하는 법안을 상정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비록 다른 법안들의 쇄도로 묻혀졌지만 의회의 질타로 양심을 가책을 느끼고 있는 금융기업들을 자극시켰다.
BoA는 올해 잘 간직해오던 '호건의 경기장'(Hogan's Alley)으로 명명된 여행 텐트를 선보였다. 고급스런 이미지로 1950년대 골프 전성기에서 한발 뒤로 물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 텐트는 2003년 이래 수만명의 BoA 고객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
조셉 구드 BoA 대변인은 "우리만의 텐트로 이름을 알리기보다 다른 기업들과 함께 공생하기 위해 US오픈 골드대회에 익명으로 후원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구드 대변인은 "상징이 문제가 된다"면서 경기에서 이름을 알리지 않기로 한 BoA의 결정은 계획적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미국의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해 적당한 규모로 행사에 후원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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