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온 '식스시그마'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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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9-1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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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빠듯한 예산과 소비부진으로 식스시그마 통한 비용절감으로 성장 추구

경기회복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체감경기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업률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는 데다 실질 임금 수준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제성장률도 믿을 게 못 된다.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경제성장률은 각국 정부가 쏟아부은 경기부양자금과 막대한 가계부채의 반영에 불과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아예 GDP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GDP 수치가 '고용없는 성장'의 그늘을 문제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동안 고용없는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상황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는 게 상책이다. 고용 없는 성장기에는 투자보다는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 창출이 우선이다. 기업가에서 1990년대 각광받았던 경영전략 '식스시그마'가 재조명받고 있는 이유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 소비재 소매기업을 중심으로 제품 결함을 최소화면서 생산에서 마케팅까지 전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식스시그마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제약기업 화이자도 의ㆍ약학 사업부문에서 올해에만 85개의 식스시그마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아네트 도로시 화이자 수석 부사장은 "생산부터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비효율적 요소를 제거하는 '린(lean)' 전략에 식스시그마를 접목한 '린식스시그마'를 각 사업부의 연구ㆍ개발(R&D) 부서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신용카드사 캐피털원 역시 기업 운영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식스시그마 프로젝트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로펌 세이파스쇼의 파트너 변호사인 스테판 푸어도 "의뢰인과 상담 약속을 잡을 때도 식스시그마를 적용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식스시그마 도입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은 소비재 중심의 소매업계로 알려졌다.

미국 대형할인점 체인 타깃은 식스시스마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6년간 1억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봤다. 전자제품 소매업체인 베스트바이 역시 제품 설치에 드는 비용을 크게 줄여 2000억 달러를 절약했다.

비즈니스위크는 기업가에 식스시그마 열풍이 다시 확산되고 있는 것은 빠듯한 예산과 소비 부진 탓이라고 지적했다. 예산은 한정돼 있고 하반기 역시 소비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자 차선책으로 비용절감을 통한 성장을 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규모 정리해고 덕분에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은 상당 부분 개선됐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내놓을 카드가 마땅치 않아 더 이상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식스시그마와 같은 비용절감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 외부로 빠져 나가는 돈을 줄이지 않을 수 없다.

컨설팅업체인 TBM컨설팅그룹의 아난드 샤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개월 동안 식스시그마 관련 자문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식스시그마 관련 전문가를 찾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미국 온라인 구직사이트인 인디드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식스시그마 전문가를 찾는 구인광고는 모두 7155건으로 한 달 전보다 570건 늘었다.

하지만 기업들이 최근 도입하고 있는 식스시그마는 1990년대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CEO가 추구했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지적했다. 웰치는 식스시그마를 전사적 차원에서 장기간에 걸쳐 이뤄야 할 목표로 제시했지만 최근 기업들은 식스시그마를 통해 단기간에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컨설팅업체인 엑센추어의 마크 조지 혁신부문 사장은 "지난 일년 동안 식스시그마와 관련한 경영전략을 의뢰한 고객들은 대부분 기업 문화를 뜯어 고쳐 장기적 차원에서 비용을 줄이기보다는 짧은 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는 기법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어떤 기업은 90일 안에 눈에 띄는 결과를 볼 수 있기를 기대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비즈니스위크는 식스시그마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혁신적인 활동을 제약할 수 있고 조립생산 공정처럼 단순 작업이 반복되는 과정에는 식스시그마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 투자에 대한 수익을 보기까지는 수개월 혹은 수년의 기간이 걸리는 게 보통이다.

이밖에 비즈니스위크는 모든 직원들이 식스시그마의 달인이 될 필요는 없다며 식스시그마는 비용절감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만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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