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함을 열고 있는 현대차 노조/연합 |
이번 선거는 민노총 금속노조와 거리를 둔 온건실용파 후보 2명과 강경 투쟁 노선을 표방한 친 금속노조 후보 2명이 나서 4파전으로 치러졌다.
16일 자정께부터 시작된 개표 결과 총 유권자 4만4921명 중 4만813명이 투표했으며, 온건파인 1번 이경훈 후보가 1만2717표(31.16%)로 1위를 차지했다. 강경파인 권오일 후보(1만978표, 26.90%)와 온건파인 홍성봉(1만892표, 26.69%)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2, 3위를 기록했다. 4위는 강경파인 김홍규(5929표, 14.53%) 후보가 차지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의 갈등으로 지부장이 물러난 데다 쌍용차 노조원들이 투표를 거쳐 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하는 등 노동계의 기류 변화가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투표로 가게 된 만큼 흩어졌던 강경파의 표가 한 쪽으로 몰릴 수도 있어 향후 투표에서 실용파의 돌풍이 계속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재투표로 인한 조합원들의 반목과 혼란도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로 분명해진 것은 현대차 노조 역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노조 지부 현안도 아닌 상급단체의 지침에 따른 정치 투쟁에 대한 염증을 느끼는 조합원들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올해 최대 이슈였던 쌍용차 노조의 파업에서부터 감지됐다. 강경 폭력 일변도인 노조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과 반목이 민노총 탈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측됐던 금호타이어 역시 ‘극적’타결을 운운하며 노조가 사실상 사측에 모든 것을 내주고 물러섰다. 이 두 사건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 온건실용파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증명하는 일들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산업 전반의 노사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한편 무효표 1장을 이유로 노조 선관위가 재투표로 결론 냈지만 일부 후보들이 이를 거부하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반대 후보 측이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양측이 합의해도 부재자 투표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추석 이후인 10월 중순에나 재투표가 실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아주경제=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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