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빅 브라더' 꿈꾸는 고집불통 씨티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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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1-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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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경제가 안 좋을 때는 신용카드를 발급받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빚을 갚지 못하는 서민들이 늘면서 카드사들이 가입 심사를 까다롭게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드 가입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다. 카드사에 제공했던 개인 신상정보를 삭제하는 것이다.

카드를 해지하면 개인 신상정보와 거래 내역이 자동으로 삭제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일이 카드사 콜센터에 전화를 해 신상정보 삭제를 요구하거나 영업점에 방문해 삭제 요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도 삭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카드사다.

추석이었던 지난 3일 금융감독원에 민원 한 건이 접수됐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개인 신상정보 유출 사고로 불안감에 시달리던 카드 가입자가 개인 신상정보 삭제를 요구했지만 카드사가 이를 거부해 당국의 조치를 요구한다는 내용이었다.

민원인은 씨티카드와 신한카드, KB카드, 외환카드 등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모두 유효기간이 지나 탈회를 신청하고 개인 신상정보 삭제를 요청했다.

당초 정보 삭제를 거부하던 신한 KB 외환카드는 민원인이 금융당국에 진정서를 내겠다며 으름장을 놓자 영업점에 방문해 관련 서류를 작성하면 정보를 삭제해주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씨티카드는 카드 해지는 가능하지만 정보 삭제는 불가하다며 버티고 있다.

탈회한 고객들의 거래 내역은 5년, 주소와 직장 등이 기재된 신상정보는 10년 동안 보존된다. 개인 정보의 오남용을 우려하는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권고도 카드사들은 '마이동풍(馬耳東風)'으로 흘려듣고 있다.

카드사들은 회원 간의 분쟁을 해결하거나 과거 카드를 사용했던 고객들의 신용등급을 산정하기 위해 정보를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의 목적을 위해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현대판 '빅 브라더'의 재림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는 정보 독점을 통해 사회를 통제하고 민중을 통치한다. 자신의 과거를 카드사에 모두 헌납한 고객들이 소설 속의 민중과 다를 게 무엇인가.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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