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명품업체인 아르마니가 수뇌부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거나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는 등 새단장에 분주하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은 아르마니를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부회장직을 신설하면서 그 자리에 존 훅스를 앉혔다고 보도했다. 훅스 부회장은 내년 1월부터 브랜드 개발과 판매전략을 새로 맡는 동시에 기존의 대외개발 부책임자직도 수행한다.
또 회사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아르마니는 이사 수를 7명으로 늘릴 것이며 이중 3명은 아르마니 가문 외의 인물로 충원토록 했다.
이번 경영진 쇄신은 75세의 고령인 아르마니가 간염으로 인해 수 개월간 투병생활 끝에 수행한 첫 핵심 경영활동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자칭 '독재 디자이너'인 아르마니는 자신의 고유한 제품을 개발하는 등 독창성을 발휘하는 일은 물론 일반 경영문제도 전권을 장악했다.
가족기업인 아르마니의 이미지가 창업자이자 디자이너인 아르마니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어 아르마니 이후에 대한 논의가 긴급하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실제로 아르마니는 "지난 수십 년간 자신의 병이 장시간의 근무로 인한 과로 때문"이라며 "정신적, 육체적 탈진에 이른 적도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경영진 일신에도 불구하고 최고경영자(CEO)인 아르마니가 독창성 부문 혹은 경영 일반에 관해 후계자를 공개적으로 지명하지 않고 있어 회사의 장래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WSJ은 전했다.
이탈리아에서 아르마니는 지난 1980년대 자신이 만든 낙낙한 라이닝의 기성복 재킷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으며 계절에 관계없이 입을 수 있는 고전적 스타일의 의류제품을 디자인하면서 명성을 더해 갔다.
이탈리아 패션업계에서 브랜드기업이 가족경영체제에서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낯선 상황은 아니다. 로베르토 카발리의 경우 사모펀드에 회사를 넘기는 대신 지난 9월 모에 헤네시 루이 뷔통(LVMH) 출신의 전문가를 CEO로 맞아들였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역시 주식시장에의 상장을 앞두고 패션 전문인을 모셔왔다.
밀라노의 콤파스 론델리 컨설팅업체의 라르데라 이코노미스트는 "아르마니가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CEO를 구하기에 앞서 자신의 권한을 차츰 더 많이 이양하는 쪽으로 움직여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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