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차원서나 있을법한 각개격파식 의견으로 시장 혼란 부추겨
더블딥 놓고 심각한 이견차..권한.책임 소재 명확히 해야
"출구전략을 쓰든 안 쓰든 더블딥은 불가피하다"(13일 강만수 청와대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더블딥이 되기 보다는 완만한 성장세가 지속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13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더블딥이 있을 것으로 본다"(14일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더블딥 가능성은 충분하나 G20 중심의 국제적 정책공조를 통해 피할 수 있다고 본다"(14일 사공일 무역협회장 겸 G20 기획조정위원장)
경제정책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정권의 핵심 실세들 간 커뮤니케이션 부재가 국가위기 극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하루를 멀다하고 쏟아지는 정책당국자들의 각개격파식 '더블딥(경제위기후 재침체)' 발언으로 시장은 누구말을 믿어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 -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경제팀이 꾸려졌지만 일부에서는 경제정책 조율 문제에 의구심을 피력했다. 조타수 역할을 해야 할 선장이 여러갈래로 쪼개지는 바람에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우려때문이었다.
결국 '더블딥' 전망을 놓고 민간에서 의견개진차원으로나 있을 법한 논란이 정부에서 재연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제로 더블딥이 되더라도 이전만큼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지 않아도 된다"며 "시장에서는 혼란이 있을 수 있다" 말했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더블딥 발생 여부에 따라 정책대응적인 측면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난다"며 "시장에서의 혼란을 가급적 최소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 위원장이 자신의 고환율 치적을 강조하며 현 정부의 환율정책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에서는 결코 단순한 헤프닝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강 위원장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환율 효과가 없었다면 분기 이익이 사상 최대가 아닌 사상 최대적자가 됐을 것" 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원·달러 환율이 1570원까지 오르는 등 자신이 기획재정부 장관시절 추구했던 '고환율' 정책이 결국 옳았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는 1100원대 초반대로 떨어진 이후 개입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재정부의 입장과 큰 차이가 있다. 윤 장관은 "깜짝 놀랐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 특보의 인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처럼 전·현직 경제수장의 엇갈린 인식을 놓고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논공행상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내놓고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윤 장관 입장에서는 성과에 보다 강조점을 둘 수 밖에 없고, 강 특보는 올해의 경제성적표 보다는 국정기조나 MB노믹스의 실현이라는 장기적인 정치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핵심 정책 포스트가 시장에 서로 다른 시그널을 준 것은 서로 다른 정치적 목적으로 경제상황을 접근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웠다는 비판인 셈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경제부총리가 없어서 책임과 권한을 갖고 정책을 조율하는 콘트롤 타워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상처가 곪아터지도록 문제가 발생했을때 책임소재 또한 불분명해져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대외여건을 봐서는 더블딥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의견차가 있어도 결국 지휘봉을 맡고 있는 재정부 장관이 수습하고 책임지는 체제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선환·김종원 기자 shkim@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