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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하지만 정부공사의 입찰경쟁률은 하위 업체로 갈수록 심해져 실질적인 지원 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지역간 입찰경쟁률은 약 16배 차이가 나는 등 지역 격차가 매우 심하다. 지역간 격차와 업체의 수준을 무시한 일률적인 지역업체 보호제도가 오히려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또 지역업체 보호제도가 지역업체의 역내공사 수주 비중을 높이지만 역외공사 수행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오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역제한입찰 방식이나 지역의무공동도급제 및 등급별 입찰 제도를 채택하고 있지 않다. 경쟁 제한을 통해 물량을 배분하거나 수익성을 보장해주는 제도는 선진국에서는 거의 없다.
유럽연합(EU)도 처음에는 공공조달시장에 경쟁보다는 보호주의나 지역업체 우대정책이 일반화돼 있었지만 지금은 특별한 지역·중소업체 우대정책을 발견하기 어렵다. 중소건설업체 보호제도는 장애인 등의 약자 기업 우대 조항과 분할발주를 권고하는 규정 정도가 존재할 뿐이다.
EU는 중소건설업체의 진출장벽을 거래비용(transaction cost)과 관련된 정보비용, 계약능력 부족, 제안서 준비의 어려움, 재정 보증의 곤란함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경쟁제한적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적어도 EU에서는 정책적 고려사항이 아니다. 정부조달 정책은 국가 전체적인 편익, 비용, 후생 등이 우선적인 고려사항이 되는 것이 타당하다. 형평성의 추구는 실업, 빈곤, 의료 등에 관한 사회복지 정책으로 풀어야한다.
따라서 한국의 중소기업 보호제도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려면 현행 지역의무 공동도급제도나 사실상의 공동도급을 강제하는 가점제, 지역제한 입찰제, 등급제한 입찰제도, 도급하한제도를 개선하거나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한다.
선진국의 중소기업 보호제도로 볼 수 있는 입찰 우대제도, 약자기업 우대제도, 중소기업 수주 목표치 설정 등이 현존하는 국내의 지역·중소 건설업체 보호 제도에 비해서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고 한국의 지역·증소 건설업체 보호제도를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데도 문제는 있다. 입낙찰 제도가 질적인 평가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면 중소기업에게 발주자가 자발적으로 유리한 평가를 하여 중소 건설업체의 수주량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계량평가 위주의 입낙찰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보호 제도를 폐지하고 선진국의 중소 건설업체 보호제도를 도입한다면 지역·중소 건설업체들이 입는 타격은 상당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보호제도도 입낙찰 제도의 개편과 동시에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 나라의 경제의 효율성과 경쟁력은 기업의 진입과 퇴출, 성장과 쇠퇴를 통해 신진 우량기업이 성장하고 부실기업이 도태되며 그 가운데 쇠퇴하는 부문으로부터 성장하는 부문으로 자본과 인력이 재분배되는 신진대사를 통해 확보된다.
그래서 중소기업 보호제도는 성실하게 경쟁하는 업체를 보호, 육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역중소건설업체 보호·육성정책은 모든 건설업체가 동일한 수주실적이나 매출실적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 규모에 맞는 역할을 하도록 지원해야한다. 특히 중소 건설업체일수록 시공의 전문성을 유도해야 한다. 중소기업 보호제도는 업체 선별시스템의 강화를 통해 부적격·부실건설업체를 자연스럽게 퇴출시켜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중소기업의 경쟁 유인을 증대시키고 거래비용을 감소시키는 정책으로 전환해야한다. 또 중소 건설업체들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정부조달제도 개선과 함께 재정적인 지원을 늘리고 정보 접근도 보다 쉽게 해야 한다. 아울러 기술력 향상을 위한 지원정책에 예산을 배분해야한다. 그래야 한국의 건설산업이 조선업, IT 업종과 같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박성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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